한동안 뜸했습니다.
정부조직개편안 때문에 연일 야근에 바쁘기도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서로 책임 공방을 하고 있는 가운데 양쪽 다 일리 있는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총선용 정치공세를 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잘못은 아니었죠.
그런데 어제(18일)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명박 당선자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아,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신문에는 어쩔수 없이 당선인이라고 쓰지만 이건 제 블로그이고 헌법에는 당선자라고 돼 있으니 여기서는 당선자라고 쓰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저녁 7시10분쯤 민주당이 "더이상 협상이 어렵다."고 발표했고 8시에 이명박 당선자가 "협상이 결렬됐다.국정 공백이 우려돼 국무위원을 발표한다."고 했으니 민주당이 먼저 판을 깬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물밑에서 돌아간 상황은 달랐습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오후 1시에 만났고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논의의 진전이 있었다고 합니다.이 시간까지도 인수위 내에서도 여성부는 존치하자,안된다,위원회 형식으로 남기자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여성부는 양보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이를 전해들은 민주당도 논의해보겠다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대구 지하철 참사 5주년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김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서울에 올라와 논의할 것으로 고려해 6시에 다시 만날 것을 제안하고 헤어졌습니다.
이 와중에 김 원내대표의 속내는 복잡했을 것입니다.해수부 존치쪽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손 대표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도 문제였지만 1시 만남에서 안 원내대표가 국무위원 발표 가능성을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오후 5시15분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만나 머리를 맞댔습니다.그런데 20여분쯤 후에 인수위가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국무위원을 발표하겠다는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5시쯤 안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인수위에서 국무위원 발표한다.이건 우리(한나라당)도 어쩔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그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협상을 위한 '압박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만나기로한 시각을 20분도 남기지 않고 인수위에서 국무위원 발표를,언론을 통해 알렸습니다.
일단 이부분을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인수위는 협상 파트너와 대화 채널을 두지 않고 계속 언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언론은 독자와 시청자를 위해 기사를 쓰는 것이지 자신들이 직접 하기 싫은 얘기를 전달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속내를 더 들여다보면 껄끄러운 소식 전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의도를 직접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추측을 난무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큽니다.가령 국무위원 명단 발표 배경도 직접 알리지 않아 민주당으로 하여금 먼저 협상 결렬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결렬 선언을 민주당이 먼저하게 만들면서 결국 책임을 민주당이 질 수 밖에 없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에서 언론에 흘린 내용과 실제 내용과 다른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는 '언론 플레이'에 대해서는 입이 아파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이번 협상에서 언론만 중간에서 바보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민주당은 국무위원 발표 사실은 한나라당이나 인수위가 협상 의지가 없고 원래 계획대로 밀어부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협상의 문은 아직 닫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이명박 당선자는 협상 의지가 없다.두고 봐라 결국 자기 뜻대로 할 것이다." 라고 했었지만 협상 책임을 저쪽에 떠넘기려는,흔히 정치인들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제 8시 "협상이 결렬됐다."라는 말로 시작한 이 당선자의 기자회견을 딱 듣는 순간 어이가 없더군요.기자 회견이 협상 결렬의 결정적인 원인인데 마치 협상 결렬이 먼저고 그래서 이렇게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 왜곡'에 황당했습니다.일반 사람들은 몰라도 국회 출입하는 500여명 기자들은 다 아는 과정을 생방송에 나와서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모욕감 마저 들었습니다.
정부조직개편안만 놓고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한획도 고칠 수 없다.'는 초기 방침을 그대로 실천한 것입니다.통일부 장관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통일부 존치 약속도 무시하고 정말 초안으로 돌아갔습니다.
민주당의 협상 논리 가운데 '정부조직개편은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부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단 2주만에 인수위 일부 사람들이 후딱 해치울 것이 아닙니다.만약 시간이 없어서 그랬다면 다른 의견도 받아들여서 최선의 안을 만들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입니다.
정치라는 말이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고 저도 정치부에 몸담고 있지만 정치가 싫습니다.그럼에도 정치가 존재하는 것은 정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그러한 정치의 묘미는 대화,토론,협상 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이런 점들은 누구 하나의 결정으로는 무리가 있는 사안에서 작용을 하겠지요.정부조직개편안도 그런 사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이 당선자는 자신 주장대로 '탈여의도 정치'가 아니라 '탈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정치의 묘미를 살라지 못하는 지도자,스스로가 강조하는 추진력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것들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798371
정부조직개편안 때문에 연일 야근에 바쁘기도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서로 책임 공방을 하고 있는 가운데 양쪽 다 일리 있는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총선용 정치공세를 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잘못은 아니었죠.
그런데 어제(18일) 협상이 결렬되면서 이명박 당선자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아,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신문에는 어쩔수 없이 당선인이라고 쓰지만 이건 제 블로그이고 헌법에는 당선자라고 돼 있으니 여기서는 당선자라고 쓰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저녁 7시10분쯤 민주당이 "더이상 협상이 어렵다."고 발표했고 8시에 이명박 당선자가 "협상이 결렬됐다.국정 공백이 우려돼 국무위원을 발표한다."고 했으니 민주당이 먼저 판을 깬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물밑에서 돌아간 상황은 달랐습니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오후 1시에 만났고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논의의 진전이 있었다고 합니다.이 시간까지도 인수위 내에서도 여성부는 존치하자,안된다,위원회 형식으로 남기자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여성부는 양보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이를 전해들은 민주당도 논의해보겠다고 여운을 남겼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대구 지하철 참사 5주년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에 김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서울에 올라와 논의할 것으로 고려해 6시에 다시 만날 것을 제안하고 헤어졌습니다.
이 와중에 김 원내대표의 속내는 복잡했을 것입니다.해수부 존치쪽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손 대표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도 문제였지만 1시 만남에서 안 원내대표가 국무위원 발표 가능성을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오후 5시15분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만나 머리를 맞댔습니다.그런데 20여분쯤 후에 인수위가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국무위원을 발표하겠다는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5시쯤 안 원내대표와의 통화에서 '인수위에서 국무위원 발표한다.이건 우리(한나라당)도 어쩔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그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협상을 위한 '압박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만나기로한 시각을 20분도 남기지 않고 인수위에서 국무위원 발표를,언론을 통해 알렸습니다.
일단 이부분을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인수위는 협상 파트너와 대화 채널을 두지 않고 계속 언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언론은 독자와 시청자를 위해 기사를 쓰는 것이지 자신들이 직접 하기 싫은 얘기를 전달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속내를 더 들여다보면 껄끄러운 소식 전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기 보다는 의도를 직접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추측을 난무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큽니다.가령 국무위원 명단 발표 배경도 직접 알리지 않아 민주당으로 하여금 먼저 협상 결렬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결렬 선언을 민주당이 먼저하게 만들면서 결국 책임을 민주당이 질 수 밖에 없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에서 언론에 흘린 내용과 실제 내용과 다른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는 '언론 플레이'에 대해서는 입이 아파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이번 협상에서 언론만 중간에서 바보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민주당은 국무위원 발표 사실은 한나라당이나 인수위가 협상 의지가 없고 원래 계획대로 밀어부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사실상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협상의 문은 아직 닫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이명박 당선자는 협상 의지가 없다.두고 봐라 결국 자기 뜻대로 할 것이다." 라고 했었지만 협상 책임을 저쪽에 떠넘기려는,흔히 정치인들 하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제 8시 "협상이 결렬됐다."라는 말로 시작한 이 당선자의 기자회견을 딱 듣는 순간 어이가 없더군요.기자 회견이 협상 결렬의 결정적인 원인인데 마치 협상 결렬이 먼저고 그래서 이렇게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 왜곡'에 황당했습니다.일반 사람들은 몰라도 국회 출입하는 500여명 기자들은 다 아는 과정을 생방송에 나와서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모욕감 마저 들었습니다.
정부조직개편안만 놓고 보더라도 결과적으로 '한획도 고칠 수 없다.'는 초기 방침을 그대로 실천한 것입니다.통일부 장관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통일부 존치 약속도 무시하고 정말 초안으로 돌아갔습니다.
민주당의 협상 논리 가운데 '정부조직개편은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부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단 2주만에 인수위 일부 사람들이 후딱 해치울 것이 아닙니다.만약 시간이 없어서 그랬다면 다른 의견도 받아들여서 최선의 안을 만들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입니다.
정치라는 말이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고 저도 정치부에 몸담고 있지만 정치가 싫습니다.그럼에도 정치가 존재하는 것은 정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그러한 정치의 묘미는 대화,토론,협상 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이런 점들은 누구 하나의 결정으로는 무리가 있는 사안에서 작용을 하겠지요.정부조직개편안도 그런 사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이 당선자는 자신 주장대로 '탈여의도 정치'가 아니라 '탈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정치의 묘미를 살라지 못하는 지도자,스스로가 강조하는 추진력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것들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798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