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이렇게 달라졌다
25일, 취임식과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의 ‘함께 가요, 국민성공시대!'가 열렸다. 대통령 취임식은 새 대통령의 의지, 정치적 방향과 함께 당시 정권 상황까지 살펴볼 수 있는 압축판이다. 이번 대통령 취임식은 현 정권을 어떻게 담아냈을까. 과거 취임식과 달라진 모습을 비교해 보았다.
▲17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연합뉴스
◆취임사=17대 이명박 정부 취임식의 모토는 ‘신발전체제’다. 경제 성장 둔화를 겪은 국민들이 ‘경제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취임사에서 "한국이 선진화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형 발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취임사의 상당 부분에 걸쳐 세계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밝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의 취임사를 사상 처음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를 낭독하는 모습은 무대 뒤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영상을 통해 동시 중계됐다.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균형발전, 민주주의, 동북아 시대 한반도 평화 등을 정부 국정 운영의 좌표로 내세웠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한 구조적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겠다”면서 깨끗한 정치를 강조했다.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IMF 경제난 속 국민의 고통’을 자주 언급했다. ‘국난극복과 재도약의 새 시대를 엽시다’라는 취임사 제목이 김 전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관심을 말해준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은 지도층들이 저질러놓고 고통은 죄 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습니다”고 외쳤다. 연설 중간에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듯 목이 메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식의 주제는 ‘문민 민주주의 시대의 개막’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소외계층 없는 범국민적인 화합과 단결분위기를 조성하고, 취임식을 검소하며 품위 있는 행사로 치뤘다. 취임사도 전 정권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을 정당화 시켰던 전 대통령들의 취임사와 달랐다. 국민화합과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취임행사=이번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 주제는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의미의 시화연풍(時和年豊)'이었다. 학연, 지연, 빈부를 막론하고 모든 사회 계층에게 풍요와 희망을 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대통령의 권위적인 모습도 없애기 위해 봉황 문양의 상징 대신 ‘태평고(太平鼓)’ 엠블럼을 사용했다.
행사 내용은 전통과 현대, 클래식과 민요가 어우러지는 등 ‘크로스 오버’ 형식으로 구성돼 각계각층 참석자들의 흥을 돋구었다. 무대도 참석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T'자 모양으로 구성됐다. 박범훈(중앙대 총장) 준비위원장이 직접 작곡한 ‘시화연풍’노래와 국악, 중앙 무용단 등의 공연을 비롯하여 소프라노 조수미, 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가수 김장훈 등이 축가를 불렀고 정명훈이 지휘를 맡았다. 실용을 내세운 취임식이지만 여기에 동원된 인원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는 평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은 대구 지하철 참사 시기와 맞물려 화려함보다는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윤도현 밴드 공연 등 일부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축하 공연의 장르는 클래식과 민요, 운동권 가요와 일반 가요를 섞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고루 배합했다. 참여 정부의 국민 화합이라는 상징을 부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대통령이 선서를 마치는 순간 21발의 예포 발사와 함께 1500마리 비둘기의 비상에 맞춰 ‘오 동방의 나라’를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식전 행사로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로고송이었던 ‘DJ와 함께 춤을’, 각 도 아리랑 모음 등 국민 화합을 상징하는 ‘합토합수제’가 진행되었고, 취임사 낭독 후엔 서울을 시작으로 강원 성화굿, 충북 청풍명월 등 전국 16개 시도를 상징하는 풍물패의 행렬이 이어졌다. 음악을 통한 계층 간 화합, 행렬을 통한 지역 간 화합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식은 국가 경제난을 고려해 대체로 단소하고 검소하게 진행되었다. ‘기쁜 아침’에 맞춘 기수단의 행진과 민요합창, 메조소프라노 김학남의 축가 ‘해뜨는 아침의 나라’가 축하 공연의 전부였다. 매 취임식마다 행했던 풍선 날리기와 건물 옥상에서 뿌려지던 종이꽃가루도 환경공해라는 이유로 일절 하지 않았다. 시간은 이번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보다 30분 더 긴 1시간30분이었지만, 행사 자체는 간소하게 진행됐다.
◆초청인사=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의 초청 인원은 지난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보다 6천 명이 늘어난 4만 5천 명이었다. “취임식 장소인 국회 앞마당의 수용 가능 인원을 전부 채우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중 2만 5천 명이 일반 국민으로 이뤄졌다. 준비위는 인터넷으로 일반인의 참석 신청을 받고 이 중 추첨으로 초청 여부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 각국의 축하사절단도 24일 속속 입국, 취임식을 빛냈다. 주요 정상급 인사들은 빅토르 주프코프 러시아 총리,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등이다.
백성운 취임 준비위 부위원장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 기업의 대표들의 자리도 마련했다”고 밝혔듯 해외 기업인 백여 명도 초청됐다. 이는 축하 외교 사절단 규모로는 역대 최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 후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16대 노무현 정권 취임식 때는 관람석 앞쪽의 좌우 양측 1만 600석을 일반 국민을 위한 좌석으로 배정했다. 초청 인원은 총 3만 9천여명이었으며 외빈으로는 120개국의 세계각국의 정-재계 및 학계, 해외교포 저명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어든 규모였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만난 전직 대통령들©뉴스메이커
김대중 정권 취임식에는 3만5천여 명의 주요 인사들과 국민들이 초청됐다. 일반인은 정부, 국민회의, 자민련이 지역, 직업 별로 각각 안배하여 선정했다. 초대받지 못한 시민 2천여 명은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으로 취임 행사를 지켜봤다. 본 바이츠제커 전 독일대통령,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 사마란치 IOC위원장, 모루아 전 프랑스 총리 등 국내외 주요 인사 8백여 명이 참석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여느 역대 취임식과 달리 참석자 대부분이 소외계층으로 이루어졌다. 외국 사절들을 일절 초청하지 않은 대신 꽃동네, 독도경비대, 마라도 등 낙도주민과 기능직 고용직 근로자, 대학생, 전방초소소대장 등 소외계층 2천 7맥 여명을 특별 초대했다. 단상도 방사선으로 배치해서 어디서나 대통령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초대된 참석자들을 위해 당일 모든 좌석에는 방석과 온수대가 설치되었으며 노약자들을 위한 손난로도 제공되었다. 이들을 위해 전통 동심결과 금속앨블럼을 이용해 제작된 기념품도 제공되었다. 또한 비가 올 것을 대비한 ‘한마음 도롱이’ 다용도 우의도 지급됐으며 수화동시통역도 삽입되어 소외 계층을 배려했다. 경제난으로 검소한 취임식을 연 가운데서도 소외계층을 위한 세심한 관심들이 돋보였다.
이번 취임식 행사의 예산은 총 25억여 원이다. 지난 16대 대통령 취임식 예산(20억 3천600만원)에 비해 4억6천400만원(22.8%) 증가했다. 이에 대해 준비위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의 물가 상승률과 예산 평균 증가율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용’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치고는 너무 많은 돈을 들였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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