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간 M&A 부진 이유는

소문만 무성, 실질적 성과 ‘전무’ … 시너지 효과 부재, 강한 오너십 등이 원인

최근 국내 제약업계가 대형 제약사간 M&A 소문으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7월 SK케미칼 신승권 사장이 매출 3천억원 규모의 국내 제약사와 M&A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2006년엔 한미약품이 업계 1위인 동아제약 지분(7.2%)을 매입한 것을 두고 동아제약 인수합병 주체로 거론되기도 했다. 얼마 전엔 수도약품이 삼성제약 주식 100만주를 추가 매입해 제약사 M&A의 새해 첫 포문을 여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낳았다.

또 이미 인수합병 경험이 있는 CJ제일제당, 드림파마를 비롯하여, 삼양사, KT&G 등이 꾸준히 국내 제약사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룹차원의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 전략과 맞물려 LG생명과학과 SK케미칼 등도 적극적으로 인수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상위 제약사들의 M&A는 녹십자의 상아제약 인수, SK케미컬의 동신제약 인수, CJ의 한일약품 인수 등 경영 위기에 처하거나 부도 직전의 중소 제약사를 인수·합병하는 경우가 대부분. 실질적인 대형 제약사간 M&A는 거의 전무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에 솔솔 불고 있는 대형 M&A설이 기대를 모으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M&A설에 한미 · 수도약품 등 ‘부인’

그러나 아직 소문만 무성할 뿐 본격적인 M&A 실행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 상황이다. 최근 이슈가 됐던 삼성제약 지분 매입을 두고 수도약품 측은 “인수합병 시도는 아니며 경영참여가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업계 1, 2위인 동아제약과 한미약품간의 인수·합병도 당분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지난 10일 새해 경영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장안수 한미약품 사장은 “동아제약과의 M&A 의사가 없다”며 동아제약 인수설을 일축했다. 그는 “동야제약의 지분을 사들인 것은 영남방송 매각 자금을 동종 업계에 투자한 것일 뿐 지분을 매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대형 제약사간 M&A가 성사되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명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업분석단 팀장은 “상위 제약사간에는 생산 품목이나 R&D 등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많으며 영업력 및 생산시설 면에서도 차별화되어 있지 않아 시너지 창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도 제약사간 수평적 M&A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일반적으로 창업주 중심의 가족지배 구조로 되어 있어 CEO의 오너십이 강한 것이 특징. 때문에 어느 한쪽은 경영권을 포기해야 하는 인수·합병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SK케미칼이 일동제약에 대한 인수·합병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히자, 이금기 일동제약 회장이 “오히려 우리가 SK케미컬을 살 수 있다”며 발끈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대내외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에도 국내 제약업계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점도 그동안 제약사들이 M&A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실제 지난해 상위 제약사들의 성장률은 대부분 1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은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규제에 따른 약값 가격 인하 등으로 전반적인 수익성 하락이 우려되지만 대응 여력이 있는 상위 제약사들의 경우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책 변화로 구조개편 '가속화'

이같은 상황에도 제약업계의 대형 M&A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2006년부터 제기된 약제비 적정화 방안, 한미 FTA, GMP 기준 강화 등의 정책 변화는 국내 제약사들의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도 향후 5년간 M&A를 포함한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임진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약업환경에서 정책리스크 등으로 인해 제약사의 차별적 성장이 나타날 것이고, 결국 업계 구조재편으로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국내와 같이 보수적인 지배구조로 되어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상위권 제약사간 M&A를 통한 구조 개편이 진행된 바 있다.

대형 제약사간 M&A의 필요성도 적극 제기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국내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확대되고 상황에서 대형사간 합병을 통해 국내 제약업체들의 외형을 키우고 R&D와 영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제약사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M&A에 대해 전향적인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시기상조 … ‘전략제휴’ 등 전제돼야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형 제약사간 실질적인 M&A가 이뤄지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오너십의 약화, 시너지효과의 확보 등 M&A를 위한 여건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홍유나 현대증권 연구관은 “2~3세 경영권 승계와 영업환경 악화 등으로 오너십이 약화되고, 정책리스크 등으로 인해 신약개발이 성과를 거둬 시너지 확보가 가능해 질 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약사간 M&A가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외에도 제약사들의 M&A가 활성화되려면 국내 제약시장 규모가 더욱 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소 1조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해야 대형 M&A를 위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대형 제약사간 M&A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기업간 M&A가 성사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중 점진적인 전략적 제휴는 성공적인 M&A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정명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기업간 인수합병에 앞서 생산시설간 M&A, 연구개발 M&A, 품목 공유 등 전략적 제휴를 활성화함으로써 M&A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정 기자 puri21@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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