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이 노무현의 사람이었다면


만약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인수위원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공무원 시험이 있다. 그 시험을 안 보고 전문직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을 만든다. 그런 방식으로 대대적인 인원충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노무현 인수위가 발표한다. 그 길이란 수강료가 수백만 원에 이르는 학원을 수료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사람이 바로 노무현 인수위의 위원장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직접 인선한 노 정권 실세격인 사람이다. 노무현 인수위는 게다가 기존 공무원들도 그 사교육 기관에 대대적으로 연수를 보낼 것이며, 거기에 해당되는 비용 수천 억 원을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발표한다.


어떻게 됐을까? 만약 이경숙 위원장이 노무현 당선자의 인수위원장이었다 해도 요즘처럼 웃는 얼굴로 ‘굿모닝~ 어륀지~’하면서 다닐 수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지금쯤 대형 신문들로부터 천하의 역적, 국민의 혈세, 희대의 파렴치 등등의 공세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오년 간 약 오천 억 원의 예산이 영어교사 연수비용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그 돈의 상당부분은 숙명여대 등 몇몇 사립대학으로 이전될 것이다. 단기 연수를 받아 영어몰입교육을 완벽히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쌓일 리가 없다. ‘굿모닝 어륀지 쌩큐 베리마치’보다 약간 복잡한 수준에서 그칠 것이다. 실력이야 어떻튼 돈은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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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8 02 01-


이경숙 위원장이 총장으로 있는 숙명여대의 테솔 과정은 21주 정도의 과정에 300만 원 내외의 돈이 소요된다. 그러면 수료증이 나온다. 돈 300이면 영어전문교사의 기본 자격이 생기는 셈이다. 300만 원으로 기본 자격을 사고, 그 다음엔 다른 사교육기관을 더 알아봐야 할 것이다. 인수위가 테솔 이외에 뭐가 더 필요한 지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어쨌든 테솔 시장은 바야흐로 부흥기를 맞았다.


영어 전문교사 되는 지름길? 테솔 ‘이상열풍’

[서울신문 2008-02-01]

“테솔? 무조건 해야죠. 테솔 이수하고 외국으로 연수 갈 생각입니다.”

“교사의 꿈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테솔 이미 신청했어요.”

 테솔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 테솔 과정을 운영 중인 A대학에는 31일 문의전화가 폭주했으며, 이 대학은 수강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인수위 방침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초 수강신청 때는 정원 20명을 채우지 못했지만 올해 가을학기부터는 수강인원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위 위원장으로 숙명여대 총장으로 1인 2역을 하고 있는 이경숙 위원장-총장은 1월 말에 있었던 숙명여대 테솔 과정 봄학기 입학식에 참가했다.


이 위원장-총장은 "숙대가 제공하는 테솔(TESOL) 프로그램은 효과적인 영어교육의 롤 모델"이라며 "입학생들에게 최고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그날의 발언을 전하는 기사다.


영어에 '푹 빠진' 이경숙 위원장, 환영사도 영어로

[노컷뉴스 2008-02-01]

"새 정부는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앞으로 공교육에 2만 3천여 명의 영어전문 교사를 채용할 계획이고 영어수업시간도 점차 늘려나갈 것“

“테솔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

"(테솔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 많은 직업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 숙대는 여기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얼마 전 이명박 인수위의 한 자문위원은 부동산 컨설팅으로 돈벌이를 하다가 문제가 되자 자문위원직을 사퇴했다. 이경숙 위원장의 경우는 그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낮에는 인수위원장으로 예산을 주는 계획을 짜고, 밤에는 총장으로 그 예산을 받을 꿈을 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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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2008 01 31-


노무현 정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었다면 얼마나 거대한 반발이 일어났을지 상상키도 어렵다. 오해하지 마시라.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명박 당선인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난 2006년부터 길바닥에서 참여정부 주요 정책의 반대투쟁을 했던 사람이다.


말하자면 제3자라 할 수 있는 내가 보기에도 언론의 MB 감싸주기는 놀랍다. 왜 누가 하면 천하의 파렴치가 될 만한 행동이 누가 하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충정으로 포장되나? 언론의 펜대가 이렇게 바람 맞은 갈대처럼 흔들리면 이야말로 국가경쟁력에 망조가 드는 일이다.


그나저나 숙명여대는 좋겠다. 돈 많이 벌게 됐으니.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737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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