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은 청계천사업이나 삼일고가처럼 한 번 했다가 뜯을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날림공사는 청계천과 삼일고가면 됐지, 교육까지 날림공사를 해서는 안 됩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인수위의 교육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필자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는 인터뷰에서 “가정교육, 인성 교육, 창의성 교육을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지, 고교까지 교육을 국가 부담으로 의무화해서 어떻게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개인의 정서 함양과 사회 및 국가 발전을 조화롭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큰 비전부터 세워야 한다”며 “그런 비전 없이 지금처럼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준다, 영어몰입교육이다 해서는 날림개혁으로 끝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기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 방안과 관련, “대한민국 건설교통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대한 조직”이라며 “통일부처럼 정말 필요하고 차별화된 조직은 무조건 작다고 자르는데 건교부처럼 비대한 부처는 왜 그냥 놔두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에 대해서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고, 국가 브랜드를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평했고, 해양수산부 통폐합에 대해서도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바다와 단절하는 내부 지향적 사고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가 최근 영어몰입교육 도입 방안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우왕좌왕하는 느낌이다. 부분적으로는 일부 수긍할 수 있는 내용도 있지만, 인수위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발여론도 적지 않다. 인수위의 교육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인수위가 전반적으로 너무 서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BBK 특검을 의식해서인지, 또는 총선에서 50~60% 정도 의석을 차지하겠다는 욕심 때문인지 모르겠다. 국민들에게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하자고 하는 것은 수긍할 수 있지만, 큰 틀에서 제대로 가 있지 않은 게 있다.
무엇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나? 시대가 급변하니 100년은 안 된다 해도 10년 계획은 세워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서둘러서 할 게 아니라 전문성 있는 토론을 거쳐서 임기 내에 좋은 안을 만들어 국민의 70~80%가 합의할 수 있는 정책만 내놓아도 큰 일 하는 것이다. 교육정책은 청계천사업이나 삼일고가처럼 한 번 했다가 뜯을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날림공사는 청계천과 삼일고가면 됐지, 교육까지 날림공사를 해서는 안 된다.
평생학습이 중요한 상황에서 학생선발권만 대학교육협의회에 위임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 어떻게 갓난아이들부터 시작해서 가정교육을 강화하고, 부모와 아이가 보내는 시간 늘리고, 세 살부터는 유아교육이나 유치원 교육을 선진국처럼 받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제대로 된 인성과 사회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 부담으로 유치원과 유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초등학교 교육 시기를 만 6세로 끌어내리면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를 창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대학은 하버드대학이 하듯이 기회균등으로 가야한다. 가정교육, 인성 교육, 창의성 교육을 어떻게 진전시킬 것인지, 고교까지 의무화해서 어떻게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개인의 정서 함양과 사회 및 국가 발전을 조화롭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큰 비전 없이 지금처럼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준다, 영어몰입교육이다 해서는 합의도 안 될뿐더러 된다 해도 날림개혁으로 끝날 뿐이다. 교육문제는 청계천 공사와 같은 건설공사가 아니다. 영어공교육을 인수위측은 ‘제2의 청계천 사업’이라고 내세우는데 교육 문제는 그렇게 건설공사 하듯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세계적 추세를 보면 산업체나 정부보다 교육기관을 옮겨 지역을 살리고 있다. 대학이 옮겨가면 벤처기업들이 생겨나고, 첨단기술단지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그런 클러스터들이 세계와 교역하면 지역의 세계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우리는 너무 개발주의적으로, 중앙집권적으로 산업체나 정부를 옮기는 식으로 해왔다. 지금 중요한 것은 명문대를 세종복합도시로 내려보내 지역대학과 학위 공유제를 통해 지역대학의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 지역의 대학들에 벤처 연구자들이 몰리게 도와줘야 온 국토가 잘 된다. 하드웨어나 산업시설, 정부를 옮긴다고 지방 분권과 지역의 세계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방 대학이 수도권 대학처럼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대학 발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학위 공유제를 실현해야 한다. 지역대학을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외국의 대학과 연구기관도 끌어들여야 한다. 우리는 이렇게 지역대학 발전을 위한 특별법까지 만들자고 하는데, 인수위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그렇게 가면 지역 대학이 다 죽을 것이고, 결국은 지역도 죽게 된다.
내 주장을 정리하면 급변하는 대내외 상황에 맞춰 대한민국의 교육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범국민 교육추진체계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학습 시대에 걸맞게 태어나서부터 대학까지, 대학에서 직장생활 기간까지, 그리고 직장 은퇴 이후까지 인생 단계별로 창조적 교육체계를 어떻게 짤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국가가 부담하면 사교육이 공교육으로 끌려 들어온다.
-일부에서는 영어공교육 강화라는 점에서 영어몰입교육에 찬성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극심한 영어 사교육을 부를 것이라고 반대한다. 어쨌든 영어교육은 국민적 관심사인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 인수위에서는 영어 하나에 매달리는데, 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제2, 제3외국어까지 하게 한다. 11세정도까지 2,3개국어를 떼게 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아이들이 수줍어해서 외국어를 편하게 못 배운다. 우리는 외국어 교육을 제때 못하고서 고교, 대학에서 하려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외국어 공부 이전에 모국어와 인성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고 가정교육도 충실해져야 한다. 가정교육이 충실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산전산후 휴가가 제대로 보장돼야 하고, 직장 안정성도 어느 정도 갖춰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인수위는 엉망인 모국어와 인성 교육은 거론도 안 하고, 영어몰입교육만 내세우는데, 이런 교육정책은 말도 안 된다. 그러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한국이 영어 식민지냐’는 표현까지 쓰지 않았겠나? 그만큼 심각한 것이다. 모국어 교육과 인성 교육이 완전히 자리잡힌 뒤에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인수위가 얼마 전 통일부와 해양수산부 등을 다른 부처에 통폐합하고, 정부 부처 수를 대폭 축소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대한민국 건설교통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대한 조직이다. 건교부는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거품을 방치해 서민들의 시름을 깊게 했고, 퍼주기식 공공건설공사 발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 통일부처럼 정말 필요하고 차별화된 조직은 무조건 작다고 자르는데 건교부 처럼 비대한 부처는 왜 그냥 놔두나? 정말 비대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지 않는 조직을 조정하고, 민간에 넘길 것을 골라내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런 부처를 놔두고 뭘 하자는 것인가? 건설부에 국장이 얼마나 많고, 예산이 얼마나 많은가? 정부가 국가 기획을 해야지 직접 공사를 시행하는데 앞장서게 하면 안 된다. 도대체 건설부가 판교신도시나 각종 국도건설사업처럼 직접 공사를 시행하는 게 얼마나 되나?
그리고 국내 인권 수준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를 더욱 확대해야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축소하는 것은 국가 브랜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오히려 인권을 강조하는 세계 트렌드와 동떨어진 일이다. 유엔이나 다보스포럼에서 추구하는 방향과도 정반대 방향이다. 이것만 봐도 나머지 정부조직 개편은 어떨까 짐작된다.
또 전 세계가 해양으로 뻗어나가려 하는데, 대운하 하나 놓느라고 인워드 오리엔테이션(inward-orientation, 내부지향적)이 돼버렸다. 대운하를 만든다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해양부는 없애버린다고 하지 않나? 우리 바다를 전 세계 바다와 나눠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게 도메스틱 오리엔티드(domestic-oriented, 국내 지향적)된 것이다. 당선자가 건설업계 출신이라 그런 방향으로 드라이브 걸 수 있지만 왜 인수위까지 서두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정권 초기인데도 국민들이 큰 걱정을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