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t이 유출됐다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해안의 기름 제거에 참여한 민간 자원 봉사자가 사고 발생 77일 만인 지난 21일 100만명을 넘어섰다. 기적의 숫자에 가깝다. 원래의 모습은 어느 정도 찾았으나 아직도 일손은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해양 오염 방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제때에 대응하는 일이다. 짧은 시일 내에 대처하지 않으면 환경 오염이 오래 갈 뿐만 아니라 치유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연일 수만 명의 민간 봉사자가 현장으로 달려가 줄을 서서 흡착포로 기름을 제거하고 기름 범벅이 된 해변의 자갈과 모래밭을 일일이 손으로 닦아내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다시 한번 한민족의 저력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지구촌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민간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봉사가 없었다면, 세계적인 청정바다와 갯벌로 이뤄진 태안해상국립공원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야생동물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어떠했을까…. 당연히 더 큰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역 경제에 준 타격도 지금 겪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심했을 것임은 물론이다.

이렇게 헌신적인 민간 봉사자들의 정화 활동에 보답하고 지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보상하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많다. 그 중 작업자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사회 일각의 지적에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이는 건강영향평가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리고 선박 안전관리 체계의 미비, 방제작업 방법의 효율성 문제, 피해 보상의 미흡 등도 이슈가 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적인 모니터링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걸프해역의 기름 유출 사고 이듬해인 1992년 그린피스는 오염 보고서를 냈다. 같은 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해양생물연구소도 보고서를 펴냈다. 이어서 유럽연합(EU) 및 사우디아라비아 환경위원회와 함께 70명의 해양학자로 구성된 태스크 포스는 광범위한 연구를 하여 그 결과를 1994년 중간보고서로 발간한 바 있다. 1995년에 발간된 또 다른 보고서는 생물학적 복원 상태와 비용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89년 3월24일 발생한 엑손(Exxon) 발데즈호 기름 유출 사고의 때에도 철저한 모니터링을 하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정화작업에 깊이 참여해온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10년간 현장과 실험실에서의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이 보고서는 “알래스카의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해안’은 복원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완전히 복원되지는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또, 1999년 공무원 신탁위원회(TCCS) 보고서는 “생태계의 복원은 잘 진행중이나 개별적인 개체군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완전히 치유되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놀라운 사실은 공식적인 해양대기청의 조사 결과다. 이 결과에 따르면, 초기의 정화작업은 생태계에 득(得)이 됐다기보다는 오히려 해(害)가 더 많았음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화 방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지적이다. 따라서 우리도 기름 오염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대한 추적 조사와 함께 오염 생태계를 대상으로 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주기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까지도 장·단기적으로 고려하는 통합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물리적·화학적 측면에서의 건강성 회복까지도 조사·평가해야 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름 누출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 모두가 환경 지킴이가 돼 제2, 제3의 태안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김귀곤/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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