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3월 신학기가 시작 될 무렵 온 나라가 떠들썩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한겨레에서 독점 보도했던 전북대 신입생 얼차려 사건이다.(2007년 3월 8일자 한겨레 보도「비오는 날 정문앞 팬티바람 얼차려 “여기가 대학교 맞아?”」) 아직 찬바람이 제법 매섭게 남아있는 3월의 날씨에 새내기들을 속옷차림으로 정문 앞에 진열(?)해 놓은 광경에 온 국민은 경악했고 이것이 과연 지식과 지성의 요람 이라는 대학에서 벌어질 일인가 라며 충격을 금치 못 했다. 사건은 인권위원회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일파만파 커지게 되었지만, 정작 체벌/가해 당사자들과 해당학과의 교수들은 그리 큰 일도 아니라며 되려 한겨레의 보도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했을 정도였다. 후에 사건이 커지게되자 학교차원에서 해당 학과의 교수와 얼차려를 주도한 장본인들을 색출하여 처벌하였다 하였지만 솜방망이 처벌이었나보다. 지난 20일 오후에 있었던 전북대의 얼차려가 다시 국민일보 기자에의해 포착, 보도 되었다.(2008년 2월 21일자 쿠키뉴스 보도 「‘속옷 신고식’ 물의 전북대, 아직도 “얼차려”」)
해당 기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작년과 같은 수준의 체벌은 사라지고 가벼운 '장난' 정도의 얼차려만' 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체벌한다는 것, 얼차려를 준다는 것은 '장난' 이 될 수 없다. 체벌과 얼차려가 성립할 수 있는 기본적 필요 조건은 체벌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상하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해이다. 즉 선배가 후배의 상관이나 상전 정도 된다는 인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전의 포스트 2007/04/15 - [말말말/Free Talk!] - 2007년 상반기 최고 황당 사건 에서도 언급했듯, 대학에서의 선후배 라는 관계는 인격적인 연장자와 연하자의 관계 이상도 이하도 되어서는 안 된다. 안 된다기보다는 될 수 없다는 말이 더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인격을 수양하고 학문의 깊이를 탐구하기 위해 설립된 대학에서 강압적인 상하 관계라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순수하게 학문을 탐구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동료로서의 관계만이 성립되어야지, 군대와 같은 조직구조는 성립될 수도 없고 성립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거기다 더 기가막힌것은, 저 얼차려를 주는 당사자들 중엔 작년 사건의 신입생이 분명히 있을 것이란 점이다. 반성과 재정비의 기회로 삼겠다던 대학의 약속과는 달리 되려 작년 사건의 중심에 있던 피해자들이 이제는 가해자의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다. 설령 작년 사건에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건이 있었던 만큼 더더욱 올해만이라도 조신하게 넘어가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다.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런 사건을 저지러 놓고 올해에 또 사건이 보도된다면 대학입장에서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는데, 어쩐일인지 전북대 학생들은 그닥 놀라지 않았던 것일까? 방약무인(傍若無人) 올해도 어김없이 언론에 노출 될 정도로 공개적인 얼차려가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또다시 이러한 보도에 전북대와 전북대 학생들은 장난에 가까운 얼차려 가지고 뭘 이다지도 난리를 치는가 라며 '또' 분개할지 모르겠다. 적반하장(賊反荷杖)격으로 '대학 고유의 문화를 억압하는 것이다' 라는 소리를 '또' 할지도 모르겠다. 체벌따위가 고유문화라고 한다면 독재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의 필연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사람을 억압하고 고문하고 강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인식의 저변 자체도 놀랍거니와, 학습능력이 없는 것 아닐까 혹은 겁을 상실한 것일까 싶을 정도로 똑같은 짓을 똑같은 시기에 똑같이 저지르는 담대함에 혀가 내둘러진다.
어린아이도 잘못을 했을 땐 납작 업드릴줄 안다. 하물며 성인인 전북대 학생들은 납작 업드리긴 커녕 다시 반복을 하고 있으니, 작년의 일이 잘못되었다 라는 인식이 없는 것일까? 정말로 그러한 일들이 당연히 성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성의 요람, 학문의 상아탑 이라는 이름이 대학에 붙어 있다는 것이 이토록 아까운적도 드물다. 모쪼록 이제라도 조신하게 행동하여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말았으면 한다. 작년 사건이 터졌을 때 한겨레 신문사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눈길을 끌었던 글은 '전북대 출신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라는 전북대 출신 사회인들의 글 이었다. 일터에서, 지인들에게서 끊임없이 터지는 전북대 이야기로 낮이 뜨겁다던 그분들의 고충을 생각해서라도 전북대 체벌 문화가 조속히 사라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807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