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려운 말을 잘 모르지만, 오늘은 어려운 말로 시작을 해 보겠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어려운 말도 아니에요. ‘행복은 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불행은 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말인데요. 아마 많은 작가들이나 글을 쓰는 이들이 인용한 말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만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 말이 맞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족만 보더라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은 늘 비슷합니다. 자상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말 잘 듣고 성실한 자녀들. 주말 저녁의 풍경도 왠지 공익 광고에 나오는 비슷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죠. 하지만 불행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뭐 단편적으로는 못생겨서 불행할 수도 있고, 누군가와 싸워서 불행할 수도 있고, 또 성적이 나빠서 불행할 수도 있죠. 불행의 이유는 제각각 입니다. 사람들은 어쩌면 불행 자체를 쫓아 다니는 것인지도 몰라요. 행복을 원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불행을 늘 쫓아 다니며 살고 싶은 거지요.

 

 별 상관도 없는 것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제껏 역사 드라마가 위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기를 꺼려 한 이유와 흡사하기도 합니다. 연산군의 이야기나, 임진 왜란과 같은 정치/사회 혹은 국가적인 수난사 내지는 불행이라 할 만한 이야기들은 수도 없이 다루어 졌으면서도 역사 속 영웅의 이야기가 비교적 등한시 되어 온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 합니다. 영웅의 이야기는 잘 한 이야기 밖에 없거든요. 재미가 있을 리가 없지요. 혹은 자칫하면 이러한 영웅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이고 신격화 되어 버릴 가능 성 또한 큽니다. ‘용비어천가류의 이야기가 되어 버리면 드라마는 금새 생동감을 잃게 되고 어릴 적 읽었던, ‘타고난 영웅만 드라마에 남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선주 작가의 [대왕 세종]은 위험한 이야깃감 이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흠 잡을 곳 없는 위인이었고 성군이었으니 딱히 할 이야기가 없어 보이기도 하거든요. 뭐든 손만 대면 잘 했을 텐데, 하고 드는 생각이 먼저일 겁니다. 적어도 시청자의 입장에서는요. 하지만 그는 이미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고, 그랬기에 이번 도전에도 기대가 되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왕세종]이 초반에 보여줬던 폭발력 역시 주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뭐랄까 아역들이 이끌어 나가는 극이었지만, 캐릭터도 뚜렷했고 매력과 힘이 느껴졌었거든요. 훗날 양녕 대군이 되는 왕세자의 경우 너무나 아버지 태종과 닮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이미지가 아니라 현명함 또한 갖춘 듯 했습니다. 뭐랄까, 그가 왕이 되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줬죠. 카리스마와 추진력, 그리고 생각까지 갖춘 듯 한 그의 모습이 꽤 좋아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 대군의 캐릭터 또한 아역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했습니다. 충녕은 책을 좋아하고, 영민하기는 했지만 어린시절의 캐릭터만큼은 너무 잘 소화가 된 느낌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아무리 총명하고 뛰어나도 어디까지나 아이라는 점에 캐릭터의 촛점이 가 있었거든요. 왕세자가 윽박지르자 금새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유약한 캐릭터처럼 비춰지기도 했지만, 충분히 뭐랄까 인간적인 면모였기 때문에 매력적이기 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성인에 이르자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진 느낌이 듭니다. 어린 시절 아역들로 구축되어 온 이미지가 상당히 반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양녕 대군의 아역 캐릭터가 가지고 있었던 군왕의 카리스마와 영민함은, 무모한 추진력으로만 변질 되어 버린 듯 한 느낌을 주고 현명하고 세상을 밝게 보고 싶어했지만 아이에 불과했던 충녕의 캐릭터에는 갑자기 힘이 들어가 버렸지요. 물론 극 중에서 변화하는 세월만큼 캐릭터 또한 변화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뭐랄까. 대단한 위인을 그린다는 그런 부담감 때문에 캐릭터가 다소 경직되어 버린 듯 한 느낌이 들어요. 위에서 말했던 영웅담의 위험한 지점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대왕세종]이 드라마를 꾸려나가는 데에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칫 이 영웅담이 신격화 되거나,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게 되면 외면해 버릴 가능성이 아주 높거든요. 영웅화 된 위인의 이야기, 내지는 신격화 되어버린 이야기는 당연히 매력이 없습니다. 인간적이지 않으니까요. 심리학 적으로 그렇다더군요. 거의 대부분 잘 하지만, 실수를 하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더 호감을 느낀다고요. 그러나 지금의 충녕에게는 지나치게 힘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 듭니다. 완벽한 영웅을 자꾸 그리려 드는 것 같아요. 충녕 대군이 훗날 위인이 된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 또한 들어요.

 

 지금 김상경이 미스 캐스팅 논란을 빚고 있는 것 또한 제 생각에는 비슷한 이유라고 해석합니다. 김상경이 자신이 훗날 세종이 되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그의 연기가 원래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위인의 일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놓을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갖고 있습니다. 평면적인 캐릭터는 비단 이런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위험한 것이니까요.

 

 영웅의 드라마는 때문에 늘 위험합니다. 자부심을 준답시고 자칫 신격화 내지는 우상화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항상 그 점을 염두해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왕세종]이 위기를 넘기고 유연한 이야기로, 또 아무도 제대로 다루어 준 적은 없던 당시 정치의 이야기를 제대로 그려 줬으면 하고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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