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 상승 등으로 사료값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축산업이 직격탄을 받고 있다. 사료를 대지 못해 폐업 하는 농가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사료 낭비를 막기 위해 때 아닌 쥐잡기 운동에 나선 눈물겨운 사연들도 있다.
△사료값, 1년사이 35% 껑충
경기도 김포에서 돼지 4000마리를 키우는 이장학(41)씨는 요새 딜레마에 빠졌다. 돼지 한마리를 팔면 오히려 몇 만원씩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2년전까지만 해도 한달 사료비가 7000만원이던 것이 지난해 9000만원을 넘어선 뒤 올해 다시 1억원을 돌파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그는 "돼지 한 마리를 6개월간 키우는데 사료비만 12만원이 든다. 현재 22만원에 출하하기 때문에 마리당 2~3만원 정도 적자를 보고 있는 형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 제과, 제빵 등 식품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곡물가격은 예외 없이 사료값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합사료값은 2006년 11월부터 오르기 시작, 지난달까지 5차례나 올랐다. 이 기간 동안 35%가량이 뛰었다.
문제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쯤 6%가 또 오른다는 점이다. 국내 사료회사들은 그 이후에도 인상요인이 계속 생길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어 올해 다시 20%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밀가루 가격, 사료용이나 식용이나 엇비슷
곡물값 상승은 최근 국제적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들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이 지역의 곡물 수요가 증대했다. 또 곡물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사용되는 것도 가격 승상의 또 다른 요인이다. 옥수수와 같이 에탄올 생산에 이용되는 곡물이 2002년 9%에서 지난해 23%로 늘었다.
공급측면에서는 이상기후로 호주나 브라질 등 국제 곡물 생산지의 작황이 나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이유로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 최근 1년 사이에만 1톤 당 29%가 오른 308달러에, 사료용 대두박(기름을 짜낸 콩비지)의 경우는 40% 오른 479달러에 국내에 도착하고 있다.
소맥(밀가루)의 경우 사료용이 톤당 450달러에 인도되고 있어 식용과는 이제 10달러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있다. 따라서 사료용 밀가루는 수입이 중단됐다.
△사료값↑, 고깃값↓···적자 출하 불가피
사료값은 축산물 생산 비용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돼지나 닭의 경우 50%에서 많게는 80%가까이 차지한다. 나머지는 기름값, 인건비, 시설 유지비 등인데 특히 기름값도 축산 농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에 출하가격은 갈 수록 내려가고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산지평균가격이 2006년 28만원대에서 지난해말 22만원대로, 올해 다시 19만원대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수입산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보니 출하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손해를 보고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돼지의 경우 최근 5년간 시세가 좋았기 때문에 심리적인 타격은 더 크다.
△사료절약 위해 쥐잡기 운동 한창
그렇다고 제조업 처럼 생산 라인을 줄일수도 없다. 살아있는 동물을 갑자기 줄일 수 없기 때문. 따라서 생산 비용을 줄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사료를 축내는 쥐를 잡아서 사료를 아끼려는 농가들도 많다. 경기도 고양의 양돈업자인 황차성(60)씨는 "사료값 폭등에 따른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농장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쥐가 먹는 사료를 줄이는 일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들은 또 쌀겨 등 다른 첨가제를 넣어 대용사료를 만들어보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새끼돼지 줄이는 극단적인 선택도
전북 진안군 동향면 박천호(50)씨의 경우는 사료소비를 줄이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있다. 돼지 600마리를 키우고 있는 그에게 그동안 돼지를 출산시키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 돼지 한 마리가 한해 평균 2.5회, 회당 10여 마리의 새끼를 출산해 오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최근에는 새끼돼지 출산을 억제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는 사료값을 줄일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끼돼지는 일반 사료보다는 비싼 이유식 사료를 먹다보니 지금처럼 사료값이 비싸고 적자 출하가 예상될 때는 새끼돼지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발정기의 돼지들을 그대로 방치해 놓고있자니 왠지 죄를 짓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고용인들을 해고하는 농장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고양에서 양계장을 운영중인 황의철(63)씨는 "사료값으로 생산비용이 치솟고 있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그 동안 고용했던 중국인들을 내보내는 일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규제도 강화돼 마음고생도 많은데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참으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폐업 축산농가 속출···고양에서는 35가구중 10곳 폐업
전북 진안군 마령면의 '텃골농장'에서는 최근 양돈농가 2가구가 문을 닿았다.
A씨는 900마리를 키우다 두 달 전 돼지를 사료회사에 압류당하고 서울로 떴다. B씨는 1200마리를 키우다 한 달 전에 처분하고 전주로 이사했다. 김포의 양돈농가 한 곳도 지난해 말 폐업했다.
고양의 경우 양돈농가 35 곳 아운데 지난해 10가구가 농장을 접었다.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풀을 먹는 소보다는 100% 사료에 의존하는 돼지와 닭 사육농가의 폐업이 두드러진다. 양돈농가의 경우 2006년 11500가구에서 지난해 말 9800가구로, 양계농가는 4100가구에서 3400가구로 줄었다.
고양 축협 경영관리본부 이은찬 부본부장은 "FTA 타결 이후 폐업하면 보상금을 받는 정책이 추진중인 상황인데도 그 사이를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농가들이 많다"며 "따라서 폐업보상금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폐업농가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천만원 빚, 사료회사 현금박치기가 파산 부추겨
축산농가들은 대개 축사를 건립해 유지하고, 값비싼 사료를 몇 톤씩 대량으로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너나 없이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사료의 경우는 담보를 조건으로 사료회사로부터 외상 형식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대부분 몇 천만원씩의 빚을 지고있다. 최근에는 축산농가의 상황악화로 사료회사도 외상 한도를 줄이거나 현금을 요구해 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양에서 닭 5만수를 기르는 남상길(48)씨는 "한도를 초과하면 곧바로 사료가 끊기기 때문에 다른데서 돈을 빌려 갚다가 결국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40만 축산농가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해야"
축산농가들은 사료를 95%이상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에서 외부환경에 의해 사료 값이 널뛰기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고양축산 대표 황차성(60)씨는 "사료값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료가격 안정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축산농가 앞에는 사료값 외에도 FTA와 같은 또 다른 파고가 넘실거리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각 축산농가들의 몫이라면 사료값 안정과 같은 외부 환경은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현재 축산농가는 전국적으로 모두 40만 가구에 이른다.
CBS경제부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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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값, 1년사이 35% 껑충
경기도 김포에서 돼지 4000마리를 키우는 이장학(41)씨는 요새 딜레마에 빠졌다. 돼지 한마리를 팔면 오히려 몇 만원씩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2년전까지만 해도 한달 사료비가 7000만원이던 것이 지난해 9000만원을 넘어선 뒤 올해 다시 1억원을 돌파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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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돼지 한 마리를 6개월간 키우는데 사료비만 12만원이 든다. 현재 22만원에 출하하기 때문에 마리당 2~3만원 정도 적자를 보고 있는 형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 제과, 제빵 등 식품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곡물가격은 예외 없이 사료값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합사료값은 2006년 11월부터 오르기 시작, 지난달까지 5차례나 올랐다. 이 기간 동안 35%가량이 뛰었다.
문제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쯤 6%가 또 오른다는 점이다. 국내 사료회사들은 그 이후에도 인상요인이 계속 생길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어 올해 다시 20%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밀가루 가격, 사료용이나 식용이나 엇비슷
곡물값 상승은 최근 국제적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들의 경제가 살아나면서 이 지역의 곡물 수요가 증대했다. 또 곡물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사용되는 것도 가격 승상의 또 다른 요인이다. 옥수수와 같이 에탄올 생산에 이용되는 곡물이 2002년 9%에서 지난해 23%로 늘었다.
공급측면에서는 이상기후로 호주나 브라질 등 국제 곡물 생산지의 작황이 나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이유로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 최근 1년 사이에만 1톤 당 29%가 오른 308달러에, 사료용 대두박(기름을 짜낸 콩비지)의 경우는 40% 오른 479달러에 국내에 도착하고 있다.
소맥(밀가루)의 경우 사료용이 톤당 450달러에 인도되고 있어 식용과는 이제 10달러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있다. 따라서 사료용 밀가루는 수입이 중단됐다.
△사료값↑, 고깃값↓···적자 출하 불가피
사료값은 축산물 생산 비용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돼지나 닭의 경우 50%에서 많게는 80%가까이 차지한다. 나머지는 기름값, 인건비, 시설 유지비 등인데 특히 기름값도 축산 농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에 출하가격은 갈 수록 내려가고 있다. 돼지고기의 경우 산지평균가격이 2006년 28만원대에서 지난해말 22만원대로, 올해 다시 19만원대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수입산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보니 출하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손해를 보고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돼지의 경우 최근 5년간 시세가 좋았기 때문에 심리적인 타격은 더 크다.
△사료절약 위해 쥐잡기 운동 한창
그렇다고 제조업 처럼 생산 라인을 줄일수도 없다. 살아있는 동물을 갑자기 줄일 수 없기 때문. 따라서 생산 비용을 줄이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사료를 축내는 쥐를 잡아서 사료를 아끼려는 농가들도 많다. 경기도 고양의 양돈업자인 황차성(60)씨는 "사료값 폭등에 따른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농장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쥐가 먹는 사료를 줄이는 일이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들은 또 쌀겨 등 다른 첨가제를 넣어 대용사료를 만들어보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새끼돼지 줄이는 극단적인 선택도
전북 진안군 동향면 박천호(50)씨의 경우는 사료소비를 줄이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있다. 돼지 600마리를 키우고 있는 그에게 그동안 돼지를 출산시키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다. 돼지 한 마리가 한해 평균 2.5회, 회당 10여 마리의 새끼를 출산해 오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최근에는 새끼돼지 출산을 억제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는 사료값을 줄일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끼돼지는 일반 사료보다는 비싼 이유식 사료를 먹다보니 지금처럼 사료값이 비싸고 적자 출하가 예상될 때는 새끼돼지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발정기의 돼지들을 그대로 방치해 놓고있자니 왠지 죄를 짓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고용인들을 해고하는 농장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고양에서 양계장을 운영중인 황의철(63)씨는 "사료값으로 생산비용이 치솟고 있어 비용 절감 차원에서 그 동안 고용했던 중국인들을 내보내는 일들이 많다"며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규제도 강화돼 마음고생도 많은데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참으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폐업 축산농가 속출···고양에서는 35가구중 10곳 폐업
전북 진안군 마령면의 '텃골농장'에서는 최근 양돈농가 2가구가 문을 닿았다.
A씨는 900마리를 키우다 두 달 전 돼지를 사료회사에 압류당하고 서울로 떴다. B씨는 1200마리를 키우다 한 달 전에 처분하고 전주로 이사했다. 김포의 양돈농가 한 곳도 지난해 말 폐업했다.
고양의 경우 양돈농가 35 곳 아운데 지난해 10가구가 농장을 접었다.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의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풀을 먹는 소보다는 100% 사료에 의존하는 돼지와 닭 사육농가의 폐업이 두드러진다. 양돈농가의 경우 2006년 11500가구에서 지난해 말 9800가구로, 양계농가는 4100가구에서 3400가구로 줄었다.
고양 축협 경영관리본부 이은찬 부본부장은 "FTA 타결 이후 폐업하면 보상금을 받는 정책이 추진중인 상황인데도 그 사이를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농가들이 많다"며 "따라서 폐업보상금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폐업농가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천만원 빚, 사료회사 현금박치기가 파산 부추겨
축산농가들은 대개 축사를 건립해 유지하고, 값비싼 사료를 몇 톤씩 대량으로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너나 없이 빚을 지고 있다.
특히 사료의 경우는 담보를 조건으로 사료회사로부터 외상 형식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대부분 몇 천만원씩의 빚을 지고있다. 최근에는 축산농가의 상황악화로 사료회사도 외상 한도를 줄이거나 현금을 요구해 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양에서 닭 5만수를 기르는 남상길(48)씨는 "한도를 초과하면 곧바로 사료가 끊기기 때문에 다른데서 돈을 빌려 갚다가 결국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40만 축산농가 "사료가격안정기금 도입해야"
축산농가들은 사료를 95%이상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에서 외부환경에 의해 사료 값이 널뛰기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고양축산 대표 황차성(60)씨는 "사료값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료가격 안정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축산농가 앞에는 사료값 외에도 FTA와 같은 또 다른 파고가 넘실거리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각 축산농가들의 몫이라면 사료값 안정과 같은 외부 환경은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현재 축산농가는 전국적으로 모두 40만 가구에 이른다.
CBS경제부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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