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3경기에서 2골"

웬만한 공격수라도 이 정도의 기록이라면 높게 평가할만한 실적이다. 하지만 이 놀라운 기록은 이제 수비수 곽태휘(27살)의 이름 옆에 적히게 되었다.


아무리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의 공격 가담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그 경우는 대부분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 피스 상황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곽태휘의 득점 기록은 모두 일상적인 공격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부분이 감독의 구체적 지시 사항이라고 해도 그를 '도깨비'라 칭하지 않을 수 없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7일 낮 충칭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08 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대회 중국과의 첫날 경기에서 기분 좋게 3-2 펠레스코어 승리를 거뒀다.


혹시 둘은 같은 공격적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났을까?


  
DF 곽태휘
ⓒ 대한축구협회
곽태휘

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곽태휘의 짜릿한 오른발 결승골이 중국 골문을 가르는 순간, 한국 축구의 자랑스러운 심장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세계적인 가운데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가 떠올랐다.


지난 달 30일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로서의 얼굴을 처음으로 내민 수비수 곽태휘는 2월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예선 첫 경기 전반전 끝무렵 설기현의 왼발 띄워주기를 받아 이마로 선취골을 터뜨리며 4-0 대승의 귀중한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그 순간은 상대 수비수로서는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막아내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전반전 끝나기 직전인 44분이라는 시간대였고 0-0 그대로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팀 수비수 입장에서 가장 멀리 있던 그 선수가 거기까지 와서 자리를 잡고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번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곽태휘가 욕심을 낼만한 시간대(2-2 상황, 90+1분)였다고 하지만 그래도 중국의 노련한 수비수 리웨이펑조차 눈치 채지 못하던 순간이었다. 교체 선수 고기구의 머리에 맞은 공을 침착하게 잡은 곽태휘가 그렇게 시원스런 결승골을 터뜨릴 줄 말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현재까지 두 골을 터뜨린 바 있는 맨유의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30살, A매치 65경기)도 이번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차례 골 감각을 자랑하며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가운데 수비수 역할을 맡아 뛰는 그의 공격적 유전자를 의심(?)하게 만드는 골은 2006년 10월 22일 올드트래포드에서 벌어진 리버풀 FC와의 맞대결 65분에 나왔다. 늘 그랬듯이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큰 키를 자랑하며 공격에 가담했던 퍼디낸드는 혼전 중 튄 공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잡아놓고 왼발로 골문 구석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전문 골잡이나 구사하는 간결한 볼 터치와 마무리 슛 동작이 인상적인 골 장면이었다.


퍼디낸드의 공격적 본능은 지난 달 13일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도 입증되었다. 간판 골잡이 웨인 루니가 넘겨준 공을 향해 달려들어간 퍼디낸드는 상대 수비수들의 오프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고 위력적인 오른발 발리슛을 꽂아넣은 것.


곽태휘가 이번에 터뜨린 펠레스코어 재역전 결승골은 오프사이드 판정 논란이 일어날만큼 애매한 상황이었만 고기구의 머리에 맞은 공을 잡아놓는 발놀림과 오른발 발리슛 마무리 동작은 퍼디낸드의 그것과 견주어도 모자랄 것 하나 없었다.


3백 새 얼굴들, 세트 피스 수비 상황 대처 능력 기르라


허정무 감독이 내세운 '곽휘주, 조용형, 곽태휘' 세 명의 수비라인은 모두 이번 경기가 세 번째 A 매치였다. 그런 의미에서 완벽한 조직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중국의 세트 피스 공격에 대한 대처 능력은 경기 녹화 테이프를 여러 차례 돌려보며 곱씹고 뉘우쳐야 할 부분이 드러났다.


전반전, 미드필드에서 중국의 프리킥이 올라왔을 때 우리 수비수들은 리웨이펑을 놓쳤고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아슬아슬하게 골문 왼쪽 기둥을 스쳐 지나갔다. 62분에 터진 리우지엔의 역전골(2-1)도 측면 미드필드에서 올라온 프리킥이었다. 이 순간도 오프사이드 판정과 관련하여 의심할 만한 움직임이 중국 공격수들에게 보였지만 별도로 우리의 수비라인은 분명 한마음을 이루지 못했다.


오는 23일 우리 수비수들은 세트 피스 공격이 날카로운 일본 대표팀과 마지막 경기에서 만난다.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공부하기 좋은 또 하나의 기회다. 골 욕심을 내며 어슬렁거리는 노련한 수비수 나카자와 등 체격 조건이 비교적 좋은 일본 수비수들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수비 방법은 분명하다. 명확한 역할 분담뿐이다.

덧붙이는 글 | ※ 2008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 첫 경기 결과, 17일 충칭

★ 중국 2-3 한국 [득점 : 저우하이빈(46분), 리우지엔(62분,도움-왕둥) / 박주영(43분,도움-염기훈), 박주영(65분), 곽태휘(90+1분,도움-고기구)]

◎ 한국 선수들
FW : 염기훈(63분↔구자철), 박주영, 이근호(75분↔고기구)
MF : 박원재, 조원희, 김남일, 이종민
DF : 곽희주, 조용형, 곽태휘
GK : 정성룡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37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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