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취업률 OECD국가 중 최하위
기술·실력 없으면 취직 계속 어려울 것
앞으로 다가올 고령사회의 고용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고령사회의 취업시장은 지금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가운데, 월급이 많고 근로환경이 좋은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는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0~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50만~60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숫자가 30만 명 전후로 크게 줄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에 접어드는 고령사회에 들어서면 일자리 창출 능력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고령사회의 고용시장에서는 남성과 여성, 노인과 청년 간의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고령 근로자 재고용 늘어난다
노동력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이 당장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노동력의 절대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2020년대 중반부터는 고령자 취업이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영양상태의 개선과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요즘 노인들은 나이가 70세가 넘어도 몸이 대부분 건강하다. 이런 노인들이 60~65세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연금을 지급하다 보면 국가 재정이 바닥나게 된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은퇴자들에 대한 연금 지급 부담을 덜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정년을 58~60세에서 65세로 올려가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정년을 63~65세에서 65~67세로 높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오래 전에 정년을 폐지했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제도의 파탄을 막으려면 언젠가는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밀고 나가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정년 연장 정책과는 별도로 선진국 기업들은 노조와 협의를 하여 '숙련된 기술'을 가진 정년자들의 재고용에 나서고 있다. 이웃 일본에선 도요타 자동차, 마쓰시타 전기, 미쓰이 화학 등 많은 대기업들이 정년 퇴직자들이 희망할 경우 퇴직 전 임금의 50~70%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63~65세까지 재고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 대기업들만이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변재관 원장은 "기업들이 숙련된 기술을 가진 고령 근로자들을 그냥 내보내는 것은 고용자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라며 "고령 근로자들이 임금 수준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데 동의만 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령 근로자의 재취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리막길 들어선 남성 청년 취업
고령 근로자들의 정년이 늦춰지면 그만큼 새로 뽑을 수 있는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래서 고령사회에선 청년들이 노인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 30대 청년 남성들의 고용사정은 지금처럼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 근로자들의 일자리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그간 비경제활동인구로 물러서 있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청년들의 취업률 추이를 보면 이런 현상이 벌써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20대 남자들의 취업률은 2000년부터 하향세로 돌아선 반면, 20대 여성들은 반대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을지대학교 김경우 교수는 "우리나라 20대 남성 청년들의 취업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남성 청년들의 취업률은 이미 추세적으로 하락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과 고령 근로자들에게 밀린 20, 30대 청년들이 갈 곳은 비정규직 일자리뿐이다. 학원 강사, 청소원, 경비, 웨이터, 계산원 등에 종사하는 남성 청년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은 이런 사회 현상과 관련이 깊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고령사회가 되면 노동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일자리를 골라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남다른 기술이나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일자리 구하기는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승 바람 타는 여성 취업
수년 전부터 대기업들이 입사시험을 치르면 여성들이 전체 합격자의 30~40%를 차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합격자의 경우도 여성들이 40~5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그룹 인사 관계자는 "면접을 빼고 성적순으로 뽑으면 여성들이 합격자의 60~70%를 차지하고 말 것"이라며 "그간 보조 인력 수준에 머물러 있던 여성들이 이제 사회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진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금융업이다. 요즘 은행 입사 시험의 합격자를 보면 여성이 40~60%에 달한다. 이런 현상이 수년째 거듭된 결과, 은행들이 연말, 연초에 발표하는 대리와 과장 직급 승진자의 경우 40~7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지점장들의 절반 정도, 임원들의 상당수가 여성으로 채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판사, 검사, 의사, 기자, 교사 등 '머리를 써서 일하는' 전문직의 경우엔 이미 여성들이 남성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물론 여성 근로자의 대부분이 아직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고, 기업 내에 '유리 천장(여성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뛰어난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많아지면 사회구조도 그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화여대 박헌영 경영대학장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 50% 선에 그치고 있으나, 지금처럼 사회 진출이 계속 활발해지면 머지않아 선진국 수준인 55~60% 선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의 공간 개념이 사라진다
고령사회의 노동시장은 세계화의 바람을 더욱 타게 될 것이다. 앞으로 개별 국가의 국경이 터져 근로자의 이동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되면, '우리나라 일자리' '남의 나라 일자리'라는 개념은 많이 약해지게 될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미국과 일본, 스페인, 독일 등에서 취업을 하고, 중국과 인도의 IT인력이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일을 하는 외국인이 벌써 100만 명을 넘고 있는 시대다.
앞으로 20년 후가 되면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근로자가 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해외로 빠져나가는 한국인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경제활동인구의 고령화에 대비한 대안으로 개발도상국의 젊은 노동력에 주목하고 있다. 개도국 기술 인력에 대해 이민 문호를 넓혀주고, 우수한 유학생들에게 취업비자를 내주며 국내에 붙잡아 두는 것이 그러한 대책의 하나다.
노동력의 국제이동 시대에 잘 적응을 하는 사람은 고소득 일자리를 잡아챌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취업이 불안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다. 노동연구원 최영기 원장은 "한국은 2005년 이후 매년 3만9000명가량의 인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기술이 부족하면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본인이 실력을 갖추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래 고용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15/2008021501545.html
기술·실력 없으면 취직 계속 어려울 것
앞으로 다가올 고령사회의 고용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고령사회의 취업시장은 지금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가운데, 월급이 많고 근로환경이 좋은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는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0~9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50만~60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 숫자가 30만 명 전후로 크게 줄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에 접어드는 고령사회에 들어서면 일자리 창출 능력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고령사회의 고용시장에서는 남성과 여성, 노인과 청년 간의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고령 근로자 재고용 늘어난다
노동력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한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이 당장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노동력의 절대 규모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2020년대 중반부터는 고령자 취업이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영양상태의 개선과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요즘 노인들은 나이가 70세가 넘어도 몸이 대부분 건강하다. 이런 노인들이 60~65세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연금을 지급하다 보면 국가 재정이 바닥나게 된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은퇴자들에 대한 연금 지급 부담을 덜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정년을 58~60세에서 65세로 올려가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정년을 63~65세에서 65~67세로 높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오래 전에 정년을 폐지했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제도의 파탄을 막으려면 언젠가는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밀고 나가게 될 것이다.
정부의 정년 연장 정책과는 별도로 선진국 기업들은 노조와 협의를 하여 '숙련된 기술'을 가진 정년자들의 재고용에 나서고 있다. 이웃 일본에선 도요타 자동차, 마쓰시타 전기, 미쓰이 화학 등 많은 대기업들이 정년 퇴직자들이 희망할 경우 퇴직 전 임금의 50~70%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63~65세까지 재고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일부 대기업들만이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변재관 원장은 "기업들이 숙련된 기술을 가진 고령 근로자들을 그냥 내보내는 것은 고용자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라며 "고령 근로자들이 임금 수준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데 동의만 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령 근로자의 재취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리막길 들어선 남성 청년 취업
고령 근로자들의 정년이 늦춰지면 그만큼 새로 뽑을 수 있는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래서 고령사회에선 청년들이 노인들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 30대 청년 남성들의 고용사정은 지금처럼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 근로자들의 일자리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그간 비경제활동인구로 물러서 있던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청년들의 취업률 추이를 보면 이런 현상이 벌써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20대 남자들의 취업률은 2000년부터 하향세로 돌아선 반면, 20대 여성들은 반대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을지대학교 김경우 교수는 "우리나라 20대 남성 청년들의 취업률은 OECD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남성 청년들의 취업률은 이미 추세적으로 하락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과 고령 근로자들에게 밀린 20, 30대 청년들이 갈 곳은 비정규직 일자리뿐이다. 학원 강사, 청소원, 경비, 웨이터, 계산원 등에 종사하는 남성 청년들이 최근 부쩍 늘어난 것은 이런 사회 현상과 관련이 깊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고령사회가 되면 노동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일자리를 골라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남다른 기술이나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일자리 구하기는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승 바람 타는 여성 취업
수년 전부터 대기업들이 입사시험을 치르면 여성들이 전체 합격자의 30~40%를 차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 합격자의 경우도 여성들이 40~5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그룹 인사 관계자는 "면접을 빼고 성적순으로 뽑으면 여성들이 합격자의 60~70%를 차지하고 말 것"이라며 "그간 보조 인력 수준에 머물러 있던 여성들이 이제 사회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진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금융업이다. 요즘 은행 입사 시험의 합격자를 보면 여성이 40~60%에 달한다. 이런 현상이 수년째 거듭된 결과, 은행들이 연말, 연초에 발표하는 대리와 과장 직급 승진자의 경우 40~7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지점장들의 절반 정도, 임원들의 상당수가 여성으로 채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판사, 검사, 의사, 기자, 교사 등 '머리를 써서 일하는' 전문직의 경우엔 이미 여성들이 남성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물론 여성 근로자의 대부분이 아직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고, 기업 내에 '유리 천장(여성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뛰어난 능력을 갖춘 여성들이 많아지면 사회구조도 그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화여대 박헌영 경영대학장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재 50% 선에 그치고 있으나, 지금처럼 사회 진출이 계속 활발해지면 머지않아 선진국 수준인 55~60% 선으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사회의 노동시장은 세계화의 바람을 더욱 타게 될 것이다. 앞으로 개별 국가의 국경이 터져 근로자의 이동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되면, '우리나라 일자리' '남의 나라 일자리'라는 개념은 많이 약해지게 될 것이다. 한국 학생들이 미국과 일본, 스페인, 독일 등에서 취업을 하고, 중국과 인도의 IT인력이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일을 하는 외국인이 벌써 100만 명을 넘고 있는 시대다.
앞으로 20년 후가 되면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근로자가 더 많아질 것이다. 물론 해외로 빠져나가는 한국인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경제활동인구의 고령화에 대비한 대안으로 개발도상국의 젊은 노동력에 주목하고 있다. 개도국 기술 인력에 대해 이민 문호를 넓혀주고, 우수한 유학생들에게 취업비자를 내주며 국내에 붙잡아 두는 것이 그러한 대책의 하나다.
노동력의 국제이동 시대에 잘 적응을 하는 사람은 고소득 일자리를 잡아챌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취업이 불안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다. 노동연구원 최영기 원장은 "한국은 2005년 이후 매년 3만9000명가량의 인구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기술이 부족하면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본인이 실력을 갖추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래 고용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02.15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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