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주 예비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금 한 때 힐러리 클린턴 의원의 전유물이던 '대세론'은 이제 버락 오바마의 차지가 됐다.
<USA 투데이>와 갤럽이 뉴햄프셔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신 여론조사에서 오바마는 41%의 지지를 얻어 28%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을 13%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줄곧 우세를 보이던 전국 지지율도 33% 대 33%로 오바마와 동률인 것으로 나타나 아이오와주에서 발원한 오바마 돌풍이 미국 전체를 휩쓰는 태풍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이러자 블룸버그 조사에서 온라인 주식거래자들은 오바마의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승리가능성이 91%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이변이 없는 한 8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의 승리는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돌풍의 근원은 우선 그의 초당파적 통합 메시지에 있지만 미국 언론은 그가 당적을 떠나 폭넓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오바마의 개인사에 서린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 그리고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해 마침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정치에 데뷔한 오바마의 일생은 모든 미국인이 꿈꾸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
<컬처 코드>의 저자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미국인의 기층 정서를 '배고픔'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고향에서 못 먹고 못 살아 새 삶을 찾아 아메리카 대륙에 건너온 미국인들은 근본적으로 '촌놈'의 정서를 지니고 있어 자수성가한 뒤에도 항상 배가 고프며 그런만큼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라파이유는 9회 말 만루 홈런 한 방으로 얼마든지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야구에 미국인이 열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민이라는 선택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역전타를 날린 선조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오바마가 흑인 최초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는 것에서 미국의 일반 대중은 바로 선조들이 이민을 통해 이룬 통쾌한 '9회 말 역전타'를 연상하는 것은 아닐까?
오바마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전국민 의료보험제와 교육의 기회 확대다. 전형적인 민주당의 정책이고 진보적 공약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이를 '진보'라는 당파적 접근 대신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앵글로 다룬다.
자신과 같은 소수파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며 이런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를 모든 이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전국민 의료혜택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것.
이러한 레토릭은 지지정당에 따라 자칫 당파적 논쟁으로 흐르기 쉬운 그의 공약을 순식간에 전국민적 관심사로 환원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빨간주(공화당 지지주)에 살든 파란주(민주당 지지주)에 살든 당신은 미 합중국의 일원이고 따라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처럼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것이 오바마식 복지 접근법이다.
흑인 혼혈 출신 정치인으로 성공을 거둔 그의 삶이 그가 내세운 진보적 복지정책과 결합하면서 오바마는 순식간에 미국인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초당파적 메시지인 '아메리칸 드림'으로 재탄생한다.
버락 오바마는 경기침체와 부시 정권 8년의 피로로 미국인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가장 뜨거운 화두를 온전히 자신의 소유물로 움켜쥠으로써 올 미국 대선의 승기를 잡는데 성공한 것.
현재까지의 지지율로만 보면 내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는 그의 이런 꿈이 현실이 됐음을 인증해 주는 '확인의식'이 될 확률이 대단히 높아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