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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창조한국당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선 평가를 거쳐 전열을 정비하기에 버거운 당을 그로기 상태로 모는 기사들이다. 아쉽게도 그런 기사들의 대부분은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데일리 서프라이즈> 등 소위 진보개혁성향의 언론들이 쏟아냈다. 애정의 발로였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기사의 내용들이 전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갑자기 멀쩡한 기자들이 이렇게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을 죽이려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창조한국당 기사를 가장 많이 쓴 <프레시안> 이지윤 기자에게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반론을 하고자 한다. 대선 이후 이 기자가 쓴 기사들이다.
<기로에 선 '문국현 솔루션'>(12월19일), <문국현, 총선 출마할까? -"대안세력의 최선두에 서겠다">(12월20일), <'휴식' 끝낸 문국현 '비례대표' 저울질>(12월30일), <문국현, "총선서도 신당과 연대 안 한다"<(1월2일), <문국현, '여권 아노미'속 활로 모색>(1월11일), <"문국현, 죽어야 산다" "지역구 출마-신당과 선거연대 요구 비등">(1월17일), <'쿼바디스, 창조한국당'>(1월25일), <문국현, "30억 쓰는 게 원래 계획이었으니···">(1월27일), <창조한국당도 '붕괴'수순 "문국현 1인 정당화···대선참모들 '떠날 채비'>(2월4일), <昌과 文, 같은 출발 다른 길, "'1인 정당' 그 편찮은 진로">(2월6일).
비교적 객관적으로 사실을 알리던 이지윤 기자의 기사는 1월17일자부터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알려졌다" "전했다" "당내 중론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고했다" 등 정보원이 불분명한 가운데 추측과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당내 중론(衆論)은 문국현이 살아야 창조한국당이 살고 희망의 정치를 뿌리내릴 수 있으며, 국민의 신망을 잃은 가운데 구태를 반복하는 낡은 정당과의 연대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확인해보면 알 것이다.
2월4일자 기사는 당내 불만분자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2월3일의 중앙위원회에서 "김영춘, 정범구 최고위원을 위시한 정치권 출신 당내 인사들의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묵살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위원회에서 토론과정을 거쳐 찬반을 물어 결정한 사안을 두고 반대자들이 언론플레이를 한 내용을 편협하게 두둔하고 있다. 다수의 선택을 두고 '묵살'이라니? 기사를 이렇게 쓰려면, 정치권 인사들의 요구가 반영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1인 정당'이라는 표현도 참 고약하다. 이 기자는 2월6일자 기사에서 "지나간 2007년 대선은 총선 길목에 '1인 정당'이란 트랜드를 낳아놓고 떠났습니다. DJ나 YS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복고적인 면이 없지 않으나···" 라며 이회창과 문국현을 거론했다. DJ와 YS가 '1인 정당'을 했다!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상황을 고려치 않고 DJ와 YS를 이렇게 평가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이 1인 정당으로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의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극우분자들의 정치결사체요, 영남당과 호남당의 틈새에서 입지를 펴고자 하는 충청당이다. 그들은 이회창 씨를 내세워 뜻을 관철하려는 것이다. 이회창씨는 노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우두머리 노릇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을 1인 정당으로 보는 것도 객관적이지 않다. 나는 대선 당시 '사람중심 진짜경제'를 기치로 출마를 선언한 그를 돕기로 하고 입당까지 했다. 그리고 전북도당 공동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치렀다. 문 후보와는 일면식도 없는 전국의 지역당 위원장과 당직자들은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자비를 갹출하여 선거자금을 마련했다. 3만 당원들은 어려움에 처한 당을 돕고자 자진해서 당비를 납부하고 있다. 이게 1인 정당이요 사당(私黨)의 모습인가?
김영춘 본부장을 위시한 선거대책본부는 대책 없이 문 후보의 재산을 일찌감치 탕진한 까닭에 TV연설을 한 번도 못했다. 지역당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에서 고통만 안겨주었다. 그래도 지역당 당원들은 총선에 매진하여 다시 한 번 '문국현 솔루션'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소위 프로 정치인들은 반성과 성찰은 고사하고 자신의 입지만을 생각하는 사견을 쏟아내고, 언론은 그걸 사실 확인도 않고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지윤 기자의 2월6일자 기사 다음 대목을 보자.
"한때 문 대표의 전략을 담당했던 아무개 인사는 ··· '문 대표가 가치 중심의 소수정당을 구상하고 있다면 훌륭한 자세'라고도 했습니다.
문제는 문 대표가 밝힌 포부가 다른 데 있습니다. 문 대표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선에서 243개 지역구 모든 곳에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500만표' 혹은 '제1야당'과 같은 목표에도 소수정당에 대한 구상은 엿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말과 행동이 다른, 혹은 목표와 실행이 다른 문 대표의 행동이 길어진다면 그에게 한량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소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릴 공산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창조한국당의 지지도는 1% 내외로 수준이니 '소수정당의 꿈'은 이미 당도하였는지도 모르지요."
당을 떠난 익명의 인사가 말했다는 가정("소수정당을 구상하고 있다면···")과 문 대표의 다소 과장된 정치적 발언을 짜깁기하여 비판하고, 지지자들의 미래 선택을 멋대로 추측하고, 지지율을 근거로 비아냥거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서 단일화 공작에도 불구하고 5.8%의 득표율을 기록한 정치인이 '소수정당의 꿈'에 만족해야 한다니, 왜 기사를 이렇게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건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다. 이지윤 기자는 지금 문 대표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한번이라도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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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 |
창조한국당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붕괴수순'은 가당치도 않다. 언론은 시민사회세력과 정치권 출신의 반목을 과장하면서 일부 정치자영업자들이 당을 비난하며 떠나는 것을 두고 붕괴 운운하는데, 이것은 새 패러다임의 정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진통에 불과하다. 떠나는 거야 말릴 수 없지만,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몸담았던 당을 비난하는 태도를 두둔하는 기사는 무엇인가?
정치권 출신 인사들은 문국현의 철학과 비전을 창조한국당의 철학과 비전으로,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철학과 비전으로 발전시키는 과업에 앞서 목전의 이익에 매달리고 있다. 반면에 소위 시민사회세력은 순수한 편이다. 프로 정치인들이 이 순수성을 아마추어리즘이라 폄하하며 결합했지만, 결과는 문국현과 당을 수렁에 빠뜨리고 말았다. 이 수렁에서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을 건져내려고 애쓰는 이들이 누구인지, 왜 그 고통을 감내하려 하는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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