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살길만 찾지 말고 '갈길' 찾자" |
시사IN 대담, 최재천·정범구 "뭉치자"-임종인·조승수 "엉터리 소용없다" |
'노 정권의 지지층 배신'이 대선 참패 핵심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층 배신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민주화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정권에 편승한 정치인 배만 불리고 대다수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부자는 좋아서 입이 찢어지고 서민은 힘들어서 가랑이가 찢어졌다. 모두가 공범이었다."(임종인 의원) 임종인(무소속), 최재천(대통합민주신당), 조승수(민주노동당), 정범구(창조한국당) 등 개혁·진보 진영의 주요 정당과 무소속에 속한 전·현직 의원 4인의 대담에서 나온 대선 참패의 원인은 대체로 일치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시사주간지 <시사IN> 주최로 열린 '진보·개혁·민주 세력의 미래'라는 주제의 좌담에서 대선 참패의 원인, 이명박 정부의 성격, 18대 총선 전망과 총선 이후 진로, 개혁·진보 진영의 총선 연대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성격에 대해서도 "10년간 지켜온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정범구), "정치 불신을 이용하면서 절대 정치를 추구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다."(최재천), "이명박 정부의 철학은 문자 그대로 약육강식이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노 대통령은 신자유주의를 노골적으로 하지 못했지만 이 당선자는 노골적으로 할 것이다."(임종인)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최·정 "일단 뭉치자" Vs 임·조 "엉터리 힘 모아봐야 소용없다" 그러나 이들은 18대 총선 전망과 진로, 개혁·진보 진영의 '총선 연대' 문제에선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다. 최재천·정범구 의원이 '공멸 위기이니 일단 뭉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임종인·조승수 의원은 '이미 심판받은 기존 정치집단은 사라지고, 제대로 된 가치와 노선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마치 지난 대선에서 범여권과 일부 재야·시민운동가들이 주창했던 '묻지마 대동단결·대연합 논쟁'의 망령이 이번 총선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될 것임을 시사하는 '예고편'을 보는 듯했다. 이번 18대 총선의 의미에서부터 임종인·조승수 측과 최재천·정범구 측은 의견이 엇갈렸다. 임종인 의원은 "한나라당을 견제할 세력은 필요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은 아니다. 이 당은 (국민이) 버린 당이고 끝난 당이다. 이번 총선의 의미는 새로운 정당 운동의 주체를 선출하는 선거다. 당과 관계 없이 수도권에서 선택되는 정치인이 차세대 정치 리더가 될 것이다."며 "그들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개혁 정당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역구에서 백병전을 통해 소수라도 선택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재천 의원은 "현실 정치 세력으로서 대통합민주신당의 가치를 무시하고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구축할 수 있을까. 완전히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은 모험주의다."며 "햇볕정책, 공정한 개방무역, 출산에서 교육 등 일곱 가지 근본 문제에 대한 강령에 동의하는 사람이 모이면 연합공천이든 선거연합이든 가설정당이든 만들 수 있다."며 맞섰다. 두 사람의 논쟁에 정범구 전 의원은 최 의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동감을 표시한 반면, 조승수 전 의원은 "선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임 의원의 주장에 동조했다. 조 전 의원은 앞서 "우리 스스로 제대로 준비하고 1년 후 혹은 2년 후부터 바뀐 모습을 보여주면 다시 선택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완전히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은 모험주의" 특히 개혁·진보 진영의 '총선 연대'과 관련하여 최재천·정범구 측과 임종인·조승수 측은 극명하게 갈렸다. 최재천 의원은 "공멸 위기라고 생각하면 뭉쳐야 한다. 우리가 죽으면 민노당도 죽는다. 순망치한 관계다. 진정으로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힘을 보태주고 나눠주는 방식으로 전술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그것이 저주받거나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예의 개혁·진보 진영 '대동단결론'을 펼쳤다. 정범구 전 의원도 "현재 있는 정치 세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지리멸렬하지만 뿌리를 따져보면 야당의 전통과 이어진다."며 동조했다. 이에 대해 임종인 의원은 "물 밑에서, 얼음 밑에서 졸졸 흐르는 물이 보인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대가 온다. 지금 새로운, 좋은 정당을 못 만드는 것은 대통합민주신당 같은 큰 것이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완전히 없어지면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고 맞받아쳤다. 조승수 전 의원도 "이번 총선까지는 여러 주체가 결집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패배를 딛고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형성기를 거치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대안 세력으로 완성될 것이다."고 주장했고 임 의원도 동감을 표시했다. 임종인 "진정한 노동자·농민·서민·자영업자의 정당 건설이 급선무" 최재천 의원은 "조 의원과 임 의원이 말하는 것은 자칫 변형된 형태의 근본주의가 될 위험성이 있다."며 "집을 고쳐 쓰는 것보다 새 집을 짓는 것이 더 낳으니까 철저하게 망해라, 깡그리 망하고 나면 깨끗하게 재출발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치게 근본주의화할 위험성이 있다.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총선이라는 정치 과정이 마침 있고, 강력한 동인이 될 테니까 활용해야 한다."고 재차 반박했다. 그러자 임종인 의원은 "노동자·농민·서민·자영업자들은 자기들을 위한 정당이 필요할 것이다. 선거 이후에 새로운 세력이 만들어질 것이다.", 조승수 전 의원은 "가난한 사람들이 이명박을 지지했던 것은 그들 잘못이 아니라 개혁·진보 세력의 누적된 실패가 선택지를 없앤 것이다. 완전히 깨보자 하는 정치 근본주의 차원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이다. 이 흐름이 총선까지 갈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 안에 합종연횡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기준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최재천 의원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일단 작은 힘이라도 모아야 한다."고 말하자, 임종인 의원은 "엉터리 작은 힘을 모으면 뭐하나. 살아남으려고만 하면 안 된다. 살길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갈 길을 찾아야 한다. (원칙 없는) 연대는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일 뿐이다."며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은 채 끝났다. 최재천·정범구 의원의 '일단 살고 보자'는 조급증과 임종인·조승수 의원의 '가치와 비전 있는 새출발'론은 향후 개혁·진보 진영의 주요 화두이자 타협할 수 없는 지점으로 보인다. ☞ 시사IN-임종인·조승수·최재천·정범구 대담 전문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