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양길승_녹색병원 원장

사람에 대한 인상은 어떤 관계로 만났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나와 문국현 사장은 같은 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이도 동갑이지만 처음 만난 것은 1986년이다. 그때 문 사장은 유한킴벌리라는 대기업의 사장이었고 나는 가리봉동 오거리에서 ‘우리의원’이라는 구멍가게를 하고 있을 때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문 사장은 회사 안에서 개혁을 주장하다 쫓겨날 뻔하다가 사장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나는 서울의대를 두 번 쫓겨난 후 어렵사리 아일랜드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한국 의사시험을 통해 면허를 얻어 초보 의사 노릇을 할 때였다.

25평 아파트에 전세 살던 대기업 사장님 우리를 연결해준 것은 문 사장의 딸 지영이와 내 딸 서영이었다. 둘은 같은 초등학교를 한 반에서 다니며 친구로 지냈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로서 처음 인사를 하였다. 그때만 해도 나는 직업은 의사지만 노동운동을 하거나 그 주변에서 돕고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던 때라 기업의 사장이라 하면 열악한 상태에 노동자를 처박아두는 흉악한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1988년 올림픽이 서울에서 벌어질 때 15살 소년이 수은 중독으로 고생하다 죽고, 원진레이온에서 이황화탄소 중독 환자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을 기억하시면 조금은 나의 태도를 이해해주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눈으로 보아도 문 사장은 참 선량하게 말하고 늘 아이에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어서 내가 상상하던 그 못된 기업가의 상과는 맞지가 않았다. 대기업 사장이면서도 25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고 자동차가 위화감을 줄 외제차도 아니어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다가 2년 뒤쯤 프라이드 자동차를 산 나에게도 문 사장은 받아들여질 만했다.

발상의 전환으로 녹색세상의 꿈 실천 그런데 그 사람은 충격적인 사람이었다. IMF 파도가 우리 사회를 덮칠 때 문 사장은 나무를 간벌하는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고 숲을 가꾸어 가치를 증대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기했다. 나무를 베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넘어 한 시대를 보내고 새로운 시대를 연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은 그렇게 시작했고 지금 확실히 뿌리를 내렸으며 우리 사회 새로운 미래의 한 부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논의가 진행되는 곳에 함께할 수 있어서 새로운 꿈, 녹색의 꿈을 나누어 받은 것을 감사드리고 기뻐한다.

경영 공부에 대한 추억
내가 문 사장에게 정말 감탄한 것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일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나는 원진레이온 직업병 환자를 위한 일을 계속하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400병상짜리 종합병원을 세워서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우리의원 시절부터 구멍가게를 경영한 경험은 있지만 직원이 300명이 넘는 병원을 경영하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유명한 경영인이자 동시에 바람직한 경영인으로 꼽히는 문 사장에게 ‘경영’에 대한 도움을 청했다. 경영에 관한 책이나 소개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말을 꺼낸 나에게 문 사장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즉각 “하루에 세 시간씩 열 번 학습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얼떨결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짐작도 못한 채 그러마고 약속한 대로 아침 9시에 유한킴벌리로 나갔다. 첫 강의는 문 사장이 직접 하고, 그 다음 시간은 다른 사람이, 그 다음은 또 다른 사람이 한 시간씩 강의를 해주었다. 강의 방식도, 참고할 자료묶음을 나누어주고 빔 프로젝트와 비디오테이프를 쓰기도 하면서 강의와 토론을 섞어가면서 진행하였다. 세상에! 그렇게 대접받으면서 교육을 받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해보았다. 계속 혼자서 교육을 받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최 열 환경재단 대표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래서 같이 받았다. 강의 제목에는 ‘변화를 강화하는 프로세스’ ‘참여적 리더십’ 등 경영과 관련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제목들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일곱 차례, 21시간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경영’을 위해서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 ‘미래 만들기’를 위해 교육을 받았고, 경영은 그 미래 만들기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는 깨우침을 얻었다. 학습은 같이 일하는 과정이자 그 자체로 같이 하는 일이었다.

사족 붙이기:문 사장이 제안한 열 번의 교육 중에서 세 번을 받지 않고 미리 ‘졸업’을 한 것은 다 생각이 있어서이다. 나 나름대로 노력해보다가 어려울 때 남은 교육을 신청하여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밑천을 남겨둔 것이다.

우리는 문 사장에게 하루 세 시간씩 일곱 차례, 21시간 경영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우리는 ‘경영’을 위해서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 ‘미래 만들기’를 위해 교육을 받았고, 경영은 그 미래 만들기의 한 부분이어야 한다는 깨우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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