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 1996년 문사장님의 눈물
첫 만남에서 신뢰 제안, 그리고 그의 눈물.
문사장님과의 처음 만남은 당시 수석부사장으로 계실 때
우리 회사에 또 다른 기류가 생성되던 시기인
회사와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단체교섭을 하던 1994년 10월로 기억된다.
회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던 시기였고 노동조합이 탄생하며
사원들의 심적인 동요가 크게 작용하던 시기에
단체교섭도 몇 가지 이슈만 남긴 채 노사 상호 대안 없이
냉랭한 기류만 흐르고 있던 차에 노동조합측 교섭위원(8명)들이
밤 늦은 시간에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 오셨다.
듣기조차 거북한 내용들을 모두 듣고 나서 노합측 교섭위원들에게
향후 회사의 변화에 동참해 줄 것과 신뢰! 신뢰! 신뢰를 거듭 당부하였다.
당시로서는 믿기지 않았던 말씀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그 분의 순도 높은 진정성은 말씀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졌고
노동조합을 포함한 전 사원들이 회사를 신뢰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는데
문사장님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다음해인 1996년 7월 초 노사분규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적지 않은 금액으로 임금교섭이 마무리되던 시기였는데
노·노 갈등이 노사분규까지 이루어졌고 분규 중 진행된 교섭에서
마주 앉은 문사장님의 눈에서 눈물을 보았다.
아직도 그 분이 왜 눈물을 흘렸는지 듣지 못해서 모르지만
나로서는 당시 사장님의 눈물이 경영에 대한 책임을 다 하지 못한 눈물로 여겨졌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사장으로 취임 전에 사원들은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깨져 있었던 터라
상처가 아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생각이 드는데
문사장님은 아직도 사원이 회사를 못 믿고 사원들간의 서로를 불신하는 것에 대한
아픔을 눈물로 보였던 것으로 생각 든다.
그래서 문사장님이 내린 처방은 대화와 투명경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회사경영 현황은 전 사원에게 공유하고 토론 및 제안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정기 및 주기적인 대화를 통해서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참여 경영을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 둘 – 검소함의 충격
가정방문. 어느 해인가 중앙노사협의회가 끝나고
문사장님이 전보다 조금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초대하여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꿈에서도 생각조차 못한 대기업 사장이 전세에서 전세로 이사라는 말을 듣고 충격이었지만
더한 것은 집에 들어서서 화장실에 걸려있는 헤지고 누더기 된 수건들
그리고 손님 대접용 번번한 상과 그릇들이 없어 빌려왔다니….
어디 대한민국의 대기업 사장의 집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인가?
한편으로는 청승이라고 생각도 했었고 믿기지 않아 별별 생각도 했었다.
나중에 지인에게서 알게 되었는데 나눔을 알고 실천하는 그만이 가진 검소한 생활관이었다.
월급의 반을 기부하는 사람이 어디 흔하던가?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 분은 그런 삶을 살아 오셨고 다른 사람들에게 표를 내지 않았다.
우리 회사의 사장이기에 앞서 이 시대의 진정한 운동가를 두고
잠시나마 잘못 생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그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리고 우리들의 사장이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고 희망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시대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정한 운동가로,
이 시대의 번영을 일으키는 진정한 지도자로서
더 큰 업적을 이루기 희망하는 국민의 부름이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수로 보내 드리고자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출처 : 문국현 홈페이지(http://www.moon2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