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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오바마, 왜 돌풍을 일으키나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24. 00:09


- 민주당 경선, 미국 선거의 흥미로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오바마 돌풍의 의미


아직 더 두고 봐야겠지만, 미국 대선은 오바마 쪽으로 바람이 집결하고 있는 추세다. 부시 정권의 내외정책이 여론의 비판대상이 되면서 민주당 집권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누가 될 것인가는 당연히 최대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최초의 여자 대통령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선택 모두가 민주당 경선을 흥행에 성공하게 만든 요인일 뿐만 아니라, 공화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전체의 향방을 가르는 사태라고 할 수 있다.  부시 집권 8년은 미국의 힘을 과시하고 강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여겼지만, 결과는 전쟁의 지속, 외교적 비난, 경제적 불안정으로 나타났다.  9.11 당시 뉴욕시장으로 인기를 누렸던 줄리아니가 공화당 경선에서 중도에 물러날 수 밖에 없던 것도 이른바 9.11 약발이 끝났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부시 역시 바로 그 맥락 속에서 정치생명을 마감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이번 미국 대선은 신보수주의 정책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분명해지고 있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미국의 세계적 위상은 유지될 수 있다, 세계 자본주의는 미국의 이러한 패권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생각들이 신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이었고 미국 유권자들은 부시를 내세운 이들의 목소리에 한 동안 귀를 기울였다.  그만큼 9.11의 충격이 막강했고 그 어떤 합리적 논쟁과 성찰의 여지란 이런 상황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본의 권력을 강화한 클린턴 집권시기의 신자유주의에 이어, 자본의 위기를 군사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부시정권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고 전쟁을 동력으로 삼아 미국의 패권적 국제전략을 관철시켜왔다.  그러나 이라크 침략 이후 미군의 희생은 줄어들지 않았고 정치적 안정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군사비는 계속해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빼도 박도 못한 처지가 된 부시정권은 전쟁으로 지샌 권력이 되었고, 이제 피곤해질 대로 피곤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얼굴이 그새 누가 봐도 한껏 늙어버린 것은 그런 피곤함의 결과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미국인들도 변하고 있었다.  미국이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전쟁은 끝없이 미국의 힘을 소진시켜가고 있다는 사실, 정작 미국 내부의 경제는 흔들려가고만 있다는 점, 그래서 자신들의 앞날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현실로 해서 이들은 다른 미래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바마는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  그는 전쟁을 반대해왔고, 소수자들의 권리를 옹호해왔으며 존경받는 미국의 지도력을 복구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매력적인 연설과, 의지력 넘치는 자세, 진지한 논리가 민주당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공화당 지지자들조차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선거제도가 그런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오바마도 존재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선과정은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미국 전역에 걸쳐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최대한 충분하게 알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선, 그 힘


미국은 연방 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것은 달리 말해 미국의 국가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주정부가 하나의 연방체제 안에 속해서 정치적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이면서 당시 13주였던 미국은 이들이 모두 하나의 연방정부에 외교와 국방의 권력을 넘겨 미국을 지켜내자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후 미국은 이 연방체제의 최대 위기를 1860년 대 남북전쟁에서 경험하게 되지만 결국 각주의 일정한 독자성과 연방정부의 중심적 역할을 조화롭게 해나가는데 성공한다. 


대통령 선거는 바로 이 각 주의 이해과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 연방체제의 지도자를 뽑는 과정이 된다.  따라서 각 주를 돌면서 자신이 그 주의 입장을 최대한 연방체제 내부에서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며 그것이 곧 경선이 된다.  그런데 알다시피 미국은 50주로 되어 있는 각 주가 서로 크기가 달라 그 대표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구수대로 대표성을 결정하면 인구가 작은 주는 언제나 불리해진다.  그러나 인구가 많은 주가 작은 주와 똑같은 정치적 대표성을 갖도록 제한되면 이 역시 불만이 된다.  그래서 도달한 타협의 지점은, 하원은 인구비례로 하되 상원은 각주가 두 명의 대표로 구성하자는 것이었다. 


대통령 선거도 바로 이러한 구도를 가지고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을 만들어 간다.  즉 미국 대통령 선거는 직접선거가 아니라 각 주의 선거대표를 뽑는 것이 경선 이후의 본선투표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이들의 수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된다. 


그 구성은, 상원의 경우처럼 50X2=100, 하원의 435명 워싱턴 DC는 3명, 이렇게 모두 합해서 538명이 되는데, 후보는 선거인단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면 당선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일은 각 주에 이미 배당된 수의 선거인단을, 각 주의 선거결과에서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다 차지하게 되는 승자독식체제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주의 선거는 그 주가 누구를 밀겠다고 결정하는 선거가 된다는 점에서 이미 지지를 표시한 선거인단이 몽땅 승자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본선에서 우리 주는 이 사람을 후보로 밀겠다, 하는 표시가 되는 셈이다.  연방체제가 각 주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각 주가 자신의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해진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주의 지지, 선거인단의 규모가 더 큰 쪽이 대통령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경선은 바로 이 과정을 그대로 미리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비선거가 된다.  그런데 선거인단의 수는 본선과는 다르다.  민주당은 총 4415명 가운데 2208명을 획득한 쪽, 공화당은 총 2516명 가운데 1259명을 얻은 쪽이 후보가 된다.  아무튼 각 당은 각 주에서 자신의 후보를 결정하는 선거인단을 뽑고, 이들이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결정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참고로 민주당은 8월 25일에서 28일까지 콜로라도주 덴버, 공화당은 9월 1일에서 4일까지 미니아폴리스의 세인트 폴에서 각기 전당대회를 갖는다.


사실 이 경선의 과정은 거의 체력싸움이 된다.  그러나 각 주를 전체적으로 돌면서 전국적 지지를 확인하고 연방정부의 지도자가 되는 과정은 마치 장거리 경주에 비견되는 흥미로움이 있다.  무명의 후보가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되기도 하며, 전국적 명성을 지닌 인물이 경선의 과정에서 초라하게 퇴장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돈과 언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 역량이 뛰어나면 경선은 각 주에서 하지만 언론이 이를 모두 보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중대하다.  그리고 경선과정은 이미 본선 그 자체의 과정에 속하며 본 투표일은 유권자들이 이미 후보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충분한 파악과 검증을 마쳤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정적이다. 


미국 선거의 과정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 때로 복잡하게 여겨지기도 하겠지만, 이러한 구도를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나면 관전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그러나 그 이상을 넘어서, 미국 대선은 전 세계적 파장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나름대로 응원할 만한 후보가 있지 않을까?

* 이 글은 작은 책('08.02.12)과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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