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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립형 사립학교의 모델이 민사고일 필요는 없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5. 23:01
이돈희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 "공교육 1류, 2류 있는 건 모순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 권우성
이돈희

이돈희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 "공교육 1류, 2류 있는 건 모순

이돈희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 교장은 "자립형 사립학교의 모델이 민사고일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형태의 자사고가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술, 외국어, 종교 등 특색있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이 교장은 대입 자율화와 관련 "대학은 초중고 보통교육을 보호하기 위한 관심과 성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일문일답이다.


-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에는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새로운 고교 300개 설치가 들어 있는데.

"자율형이 사립고 100개 쉽게 만들어 지겠나. 좀 힘들것 같다.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민사고 벤치마킹 하면 굉장히 어렵다. 민사고는 학급당 학생이 15명, 교사 1명 당 학생 7명,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직원이 20명이 넘는다. 이를 운영하는 비용이 상당히 높다.


이걸 갑자기 (신생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수업료 높여서 받으려 한다면 가능하겠나. 학생 지도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학교를 설립하는 사람들이 상당한 의지를 갖고 투자해야 하는데, 그게 100개나 줄줄이 등장할까?


정부가 인위적으로 100개 만드는 것보다 있는 사립학교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 주는게 나을 것 같다. 그게 진정한 자립형 사립학교다. 어떤 기준으로 사립학교를 운영하게 할 것이냐, 이에 대한 기준과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6개(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부산 해운대고, 전주 상산고, 울산 청운고, 민사고) 자립형 사립고교가 있는데, 이 학교들이 영재 교육을 지향한다. 민사고처럼 하겠다는 것인데, 꼭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 예술, 외국어, 기타 종교 등 여러 형태의 자사고가 있을 수 있다.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사실상 고교 평준화가 무너질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인수위에서 내놓은 걸 보면 평준화 없앤다는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평준화의 틀을 상당히 깨겠다는 건 여러가지 형태로 보인다. 나는 교육부장관 되기 이전은 물론 지금도 이야기 한다.


공공재원으로 운영하는 학교에서 1류 학교, 2류 학교가 있는 건 모순이라고 말이다. 공공재원으로 만든 공교육 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 운영되는 것이다. 1차적으로 교육 기회의 평등을 국민에게 주는 것이다. 


그런데 두 가지는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사립학교다. 일반 공립학교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독특한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 민간단체가 세운 학교, 즉 '우린 비용을 더 들여서 운영하겠다'는 학교를 굳이 평준화에 넣는 건 좀 무리라고 본다. 물론 부실 사학이 많지만, 준비된 사립학교부터 자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좋지 않나 싶다.


그리고 평준화된 일반 공립학교에서 담당할 수 없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 과학자, 예술가, 체육인 육성 등등 말이다. 이런걸 공교육에서 전문화 하기 힘드니까 특목고 만든거 아닌가. 


국가는 특목고의 수요가 얼마나 되는가를 면밀한 검토해야 한다. 또 특목고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봐야 한다. 그런데 이걸 좀 방치했다. 과학고는 어느 정도 됐는데, 외고가 방치됐다. 외고에서 의과대학에 학생 보내고 하니까, '외고 왜 만들었나'하는 질문이 나온다.


- 신정부가 들어서면 사교육비 증가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자율형 사립학교가 확산될 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겠느냐가 고민돼야 한다. 이들을 위한 배려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야 한다. 그리고 (자율형 사립고 증가가) 사교육 시장을 자꾸 부추길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런데 (인수위는) 사교육이 심해진다는 진단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사교육이 공교육 부실로 생기는 것이다? 사교육은 공교육 부실이 아니라 경쟁 구도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학생들이 전부 토플 만점 받아도 학원은 있을 것이다. 그게 만점이면 다른 평가를 하지 않겠나.


그러면 경쟁 구도를 없앨 수 있나? 못 없앤다. 경쟁 구도 자체가 나쁜게 아니라, 병목 구조로 경쟁이 한 곳으로 몰려드는 게 문제다. 어떻게 경쟁 구도를 다원화 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경쟁 구도 단순화 시키고, 좁히면 학교 교육 부실 없애도 사교육은 생긴다. 경쟁 구도를 다원화 시키는 게 필요하다."


"대학, 초중고 교육에 관심과 성의 있어야"


  
ⓒ 권우성
이돈희

- 곧 대학에 학생 선발권이 주어진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지금까지 교육부와 상류급 대학은 일정한 긴장관계에 있었다. 교육부는 할 수만 있으면 중고교 교육 보호하려고 했다. 대학이 자기들 입맛에만 맞는 학생을 뽑으면 초중고 보통교육이 고통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내내 이것과 씨름했다.


그러나 대학은 아우성 친다. 자기들이 뽑고 싶은 아이를 왜 못 뽑게 하느냐는 것이다. 많은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강남 학생이든 아니든 그리고 민사고든 특목고든 상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그렇게 하면 초중고 교육에 나쁜 영향 미치니까 너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이 문제를 어떻게든 조정해야 한다. 고등학교까지의 보통교육을 보호하기 위한 관심과 성의가 있어야 한다. 보통교육을 정상화 하는데 해악이 되는 입시를 심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내신 성적, 수능, 면접 이런 걸 점수로 다 객관화 한 총점제는 좋은 게 아니다. 다원 체제로 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수능 시험으로 학생 50% 뽑고, 30%는 내신, 20%는 개별고사를 통해 선발하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지방 학생들은 내신으로 입시를 치르고, 내신에 불리하다는 특목고생들은 개별고사에 도전하지 않겠나."


- 오늘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교육계 원로로서 해주고 싶은 말을 해달라. 

"당선인 쪽이 기업형으로 신주유의적인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데, 거기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한동안 평등주의적인 정책이 있었다면 경쟁 논리 고취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조금 우려되는 건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조금 천천히 하지 뭐 서둘게 있나. 주변 의견도 듣고 여러가지 부족한 것도 검토해야 한다.


아무리 공약이더라도 잘 검토된 공약이 아니지 않나. 지금처럼 가게 되면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생긴다. 경쟁 체제도 좋다. 하지만 여기서 처지는 사람과 집단을 국가가 어떻게 돕고 관리할 것인가, (새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여기서 나와야 한다. 자꾸 위만 띄우고, 밑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 같다."

2008.02.05 09:37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