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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수레의 두 바퀴 - 양극화 극복과 한미 FTA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5. 22:52
어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내일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어제’와 ‘이미 시작된 내일’ 사이에 우리 사회와 참여정부가 서 있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새 시대를 열어가는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2003.11.5 원로 지식인 오찬간담회)라고 자신이 선 자리와 갈 길을 술회하기도 했다.

그런 탓일까.‘낡은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참여정부의 시도와 노력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서로 분명한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세력 모두로부터 각기 상반된 이유로 협공을 받았다.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 추진이라는 참여정부 후반기 과제 역시 이 상황 속에 처해 있다.

지난 달 20일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 “FTA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대전선이 있고, 양극화 해소에 대해서도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그 내용에 들어가면 강력한 저항전선이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뒤돌아보면 외교안보정책, 아마추어 정권, 대언론 관계, 대연정이 그랬고 지난해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진통이 그랬다. 자주와 동맹, 진보와 보수, 노동자와 사용자가 한 가지 정책에 대해 서로 정반대되는 주장을 외치며 함께 공격을 퍼붓는 일찍이 현대정치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이율배반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은 2006년 신년연설(1.18)출입기자단 산행(2.26) 등 여러 공식, 비공식 자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를 동시에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며 사회적 합의를 요청했다. 양극화 문제는 앞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도 해결이 시급하다. 개방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인 국제 사회에서 새로운 성장엔진과 경쟁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우리나라에게 한미 FTA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개방에도 성공하고 양극화 극복에도 성공해야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다.

양극화 해소는 못사는 80%와 잘 사는 20%로 사회를 분열시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고도의 승부수이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 운운하는 것은 분배 위주의 정책으로서 결과적으로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다.(보수언론과 재계 일각)

한미 FTA는 농업, 중소기업, 서비스업 등의 몰락을 불러일으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분명한데 양극화 해소를 부르짖는 정부가 FTA를 추진하는 것은 자가당착 아닌가.(시민운동과 진보 성향의 학자 일부)

대통령은 고민을 털어놨다. “개방에도 성공하고 양극화 극복에도 성공해야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성공하는 것인데, FTA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양극화 정책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양극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은 FTA에 대해서 불안하게 생각합니다. 결국 FTA도 하지 말고 양극화 문제도 해결하지 말고 이대로 앉아서 우리끼리 싸움만 하면 대책이 나옵니까?”  

‘낡은 질서’ 속에선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추진은 상극적인 관계일 뿐만 아니라 양립이 불가능한 정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한미 FTA를 농업과 중소기업·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지 못한다면, 한미 FTA를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증대되는 경제적 이익을 저소득층에게 효과적으로 재분배하지 못한다면 ‘양극화 심화의 주범’이란 낙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양극화 해소가 단순히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로빈 훗’에 불과하다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투자 저하와 근로의욕 감퇴로 이어져 ‘빈자평등사회’, ‘복지병’을 낳는다면 한미 FTA는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기는 ‘독이 든 술잔’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라는 두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참여정부의 동반성장 전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반성장 전략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성장이 매우 중요하지만 분배를 통한 사회통합이 동반돼야 건강한 성장발전이 지속 가능하다는 철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는 비행기의 양 날개처럼 두 가치의 조화로운 균형이 매우 중요합니다. 균형이 잡혔을 때 ‘경쟁개방을 통한 성장→사회안전망 확충 등 분배개선 노력→효율 제고를 위한 개혁기반 성숙→성장 기여’라는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환경이 바뀌지 않고 사람 스스로 행동양식이 바뀐다는 것은 참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의 발언은 문득 2002년 월드컵 당시를 생각나게 한다. 히딩크는 ‘오대영(5대0)’이라는 언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강팀이 즐비한 유럽 무대에 월드컵 대표팀을 자주 노출시켰다. 경쟁의 환경 속에서 대표팀의 허약한 액면은 다 드러났지만 기초체력과 선진기술(압박축구)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깨달음과 공감을 얻어냈다. 기초체력과 선진기술이라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붉은 악마의 응원과 만나면서 월드컵 4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양극화 해소와 한미 FTA는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동반성장 전략의 두 수레바퀴다. 2002년 월드컵 축구팀의 기초체력이 양극화 해소라면 선진기술은 한미 FTA다. 부존자원이 취약하고 대외의존도가 70%인 나라(2004년 4.6%의 경제성장률 중 93%에 해당하는 4.3%가 수출에 의한 성장이었고 전체 취업자 가운데 수출에 의해 유발된 취업인원은 18.8%였다)에서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세계시장 진출 외에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한미 FTA를 통해 서비스 분야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야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2019년 고령사회(65세 이상 노령인구 14%)로의 진입을 앞둔 우리 사회가 앞으로 10여년 내에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제 아래서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한미 FTA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양극화 해소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저소득층이 가난의 수렁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사회적 경쟁력과 통합력이 높아지고 한미 FTA를 주도할 수 있는 기초체력과 자신감을 갖추게 된다. 양극화 해소는 한미 FTA로 피해가 불가피한 중소기업, 농업 등 취약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 김영삼 대통령의 ‘세계화’와 OECD 가입을 떠올리며 “그 당시에는 (주위에서 반대도 심하고) 무리였지만 우리 국민들이 다행히 아주 능력이 우수해서, 역량이 탁월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제체질 개선을) 해 낸 것 같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2002년 16강이 소망이었는데 4강까지 가버렸잖아요. 우리도 FTA를 통해서 G10 안으로 간다,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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