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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인] 김앤장을 벗기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3. 17:23
임종인, 김앤장을 벗기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성역, 부패한 권력사슬의 핵심 고리… 그들을 파헤친 두 권의 책 속으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월2일 <나를 기소하라>란 책을 펴냈다. 일주일 뒤 무소속 임종인 의원은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냈다. 노 의원은 “삼성 그리고 부패한 권력사슬에 맞서 싸워온 노회찬의 보고서”라고 책에 썼다. 임 의원은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성역, 김앤장을 말한다”고 썼다. 두 사람 모두 17대 국회 내내 거대 권력과 성역에 맞섰다. 앞으로도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두 거대 권력과 성역이 그대로인 탓이다. 오는 4월9일의 총선에서 두 의원이 다시 당선되면 거대 권력과 성역에겐 불편한 4년이 이어질 수 있다. 편집자

김앤장 법률사무소’(김앤장)는 억울할 수 있다. 한국 사회 최대의 부와 재력을 자랑하는 재벌과 외국 투기자본이 법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믿고 찾아오는 곳일 뿐인데… 왜 한국 사회의 성역으로 불리는 걸까, 라고 하소연할 만하다.

임종인 의원은 많은 이들에게 이름조차 낯선 김앤장을 한마디로 “법조계의 삼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과 함께 펴낸 <법률사무소 김앤장>에서 법률사무소가 아닌 거대권력으로서 김앤장을 보여준다. 임 의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불법성을 파헤치면서 자연스럽게 김앤장과 마주치게 됐다. 그는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국회의원들은) 우리 사회의 슈퍼 재벌로 등장한 삼성보다 더 조심한다”고 말했다. 그가 국정감사에서 김앤장에 대한 조사를 주장하고, 경제부총리를 지낸 이헌재 전 김앤장 고문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임 의원은 김앤장의 권력이 삼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형성·작동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제 관료를 포함해서 고위 관료들은 퇴직 뒤 김앤장에 포진한다”며 “이렇게 먼저 들어간 자와 남은 자가 국내외 거대 자본의 이익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 이른바 ‘철의 삼각동맹’(투기 자본-법률 엘리트-정부 관료) 구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이헌재 부총리를 비롯한 재경부 출신 9명, 서영택 전 국세청장을 포함한 국세청 출신 22명, 김기인 전 관세청장을 비롯한 관세청 출신 5명, 금융감독원 출신 6명,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7명, 산업자원부 출신 6명, 노동부 출신 3명, 청와대 출신 3명, 감사원 출신 2명,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국무조정실, 보건복지부 간부 출신들이 김앤장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문’이란 타이틀로 활동하는 전직 장·차관급 인사와 국책연구기관 출신 인사도 20여 명이나 된다. 그 중심엔 대법관과 법무부 장관 등을 포함해 전직 판·검사 출신 변호사 79명이 있다. 김앤장은 옷을 벗은 주요 부처 공무원들이 새로 차린 또 하나의 대한민국 정부와 다름없어 보인다.

임 의원은 김앤장이 이러한 권력을 바탕으로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구체적인 사례들로 △진로그룹 대 골드만삭스 분쟁 △SK그룹 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수 등에서 보인 김앤장의 행보를 든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삼성에버랜드 사건에서 김앤장의 삼성 쪽 변호다. 거대 권력 삼성과 김앤장의 만남이었다.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해 11월26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의 불법 행위, 특히 불법적인 승계와 관련한 범죄 행위에, 대부분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법률 조언자 내지 대리인의 방식으로 관여했다”고 폭로했다. ‘삼성 특검’에서 삼성과 김앤장의 공생 관계가 어떻게, 얼마나 드러날지 궁금하다.

임 의원은 글을 마무리하면서 “보이지 않는 권력과 잘못된 신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도록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며 “과도할 정도로 특권화돼 있는 법의 영역 역시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에 맞도록 변화시켜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문제를 공론화한 것만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제 시작”이라고 답했다

 

http://h21.hani.co.kr/section-021067000/2008/01/02106700020080117069404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