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온통 '영어'에 올인, '한반도 대운하'는 사라질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영어 올인 위원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화 정책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한반도 대운하 이야기는 온데 간데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정부 조직 개편안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라면, 영어 공교육화 정책은 일반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사안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한 업무는 결국 한반도 대운하 강행, 정부 조직 개편안 강행, 영어 공교육화 강행으로 모아지는 형국이다. 영어 공교육화 정책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거의 정리를 하기 힘든 수준으로 매일 같이 새로운 정책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등급제를 전면 폐지하고, 영어 과목을 제외하겠다는 것이 신호탄이 됐다. 이어 상시 영어능력평가시험을 도입하고, 2010년부터 고등학교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교육 방안이 나왔다. 영어 과목을 영어로 가르칠 교사가 턱없이 모자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영어를 잘하는 젊은이에게 병역 특례를 도입하겠다는 루머가 흘러 나왔고, 결국 인수위는 영어전용교사 2만 3천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초등학교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을 하겠다는 정책도 나왔다. 결국 인수위는 초중고 모든 교육 과정을 뜯어 고치고, 영어 교육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에 모든 교육 정책의 포커스를 맞췄다. 인수위를 '영어 올인 위원회'라고 비아냥 대는 일부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인수위는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제2의 청계천 사업'이라며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과 비유하며 칭송하고 있고, 이 당선자는 "반대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며 "이해가 부족해 반대하는 사람은 열심히 설득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해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강하게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정치 쟁점화 하는 것이 옳지 않다며 사전에 미리 정치권에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이경숙 인수위 위원장은 영어 공교육화 정책에 대해 이 당선자 지시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공청회에서 '프렌들리'를 '후렌들리'로 발음해야 하고, '오렌지'를 '오뤤지'라고 발음해야 한다고 직접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실질적인 영어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나온 일종의 사례 제시인 셈이다. 정치권 4월 총선에만 매달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하루가 멀다하고 영어 공교육화 정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지만, 정치권은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4월 총선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공천 갈등으로 친 이명박 진영과 친 박근혜 진영이 격돌해 분당 위기로 내몰리고 있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온통 총선에서 몇 석을 얻을 지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친노 세력은 이미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민주노동당은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의 거듭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분당이 현실화 되고 있으며, 민주당은 호남 자민련 수준으로 세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창조한국당은 문국현 사당화라는 격한 말이 오고 갈 정도로 위기 일발이다. 모든 정당은 위기 속에서 오직 총선 생각 뿐이다. 청와대도 영어 공교육화 정책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인수위가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 붙일 수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압도적인 지지율 때문이다. 대선에서 더블 스코어에 가깝게 2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 당선자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은 80%가 넘는다. 이 당선자가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란 의견도 80%를 상회한다. 이 당선자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 이것이 인수위가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거의 모든 세대에 걸쳐 은밀하게 조성된 영어 사대주의 문화다. 영어가 갈수록 세계 공용어 수준에 올라서고 있고, 영어를 잘해야 명문대와 대기업에 갈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공식은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지지하는 큰 힘이다. 국가 차원에서 영어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켜주겠다는데 나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가 일부 학부모와 학생,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여기에 영어 조기유학과 영어 과외, 영어 학원 등 이미 영어가 국어를 뛰어넘는 대우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영어 콤플렉스 문화도 부가적인 이유다.
영어 공교육화 정책보다 더 무서운 것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전 국민적 반대 여론으로 이를 뒤엎을 순 있겠지만, 영어 교육 강화라는 명분에 동감하는 일반 국민들도 부지기수다. 영어 공교육화 정책이 설령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참여정부의 신 행정수도처럼 정책의 명칭과 이름만 바꾼 다른 새로운 영어 정책이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영어 공교육화 정책에 감춰진 다른 정책들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절대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는 아직도 사회 공론화 되지 못한 부분이 많고, 정부 조직 개편안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영어 공교육화 정책과 총선 구도와 맞물려 정부 조직 개편안은 발전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밖에도 방송과 통신, 인터넷 정책에 있어서도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은 쌓여있다. 시사 주간지 '시사인'은 이명박 정부가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후, 방송 장악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고, 대선 당시 이 당선자를 비판한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들은 벌금형을 선고 받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은 언제라도 가격이 요동칠 준비를 하고 있고, 한류는 거의 존재가 사라졌을 정도로 위기다. 영어 공교육화 정책만 운운하기엔 산적한 현안들은 너무나 많다.
네티즌 '온통 영어, 영어, 영어 뿐이다' 네티즌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영어 공교육화 정책을 집중적으로 반대하면서도, 이 때문에 여론화 자체가 되지 않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와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각종 인터넷 정치 커뮤니티 사이트 정치 논객들도 마찬가지다. 영어 공교육화 정책만 집중하고 있다가 다른 중요한 것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영어 이야기 좀 그만해라', '뉴스에 온통 영어 이야기 뿐'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가 계속 영어로 화제를 몰고 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영어 공부 한 번 안 하려다가 다른 것을 놓친다'는 반응도 보인다. 영어 공교육화 정책에만 쏠려 있는 세간의 관심을 비판하는 의견들이다. 어차피 영어 공교육화 정책은 오는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영어 공교육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도 관심거리지만, 영어 공교육화 정책 말고도 다른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필요하다고 네티즌들은 지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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