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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문국현] 아낌없이 주는 반듯한 나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7. 19:48
글쓴이 : 김후란_시인, 문학의 집 이사장, 생명의 숲 국민운동 이사장

나는 지난 몇 해 동안 문국현 사장을 비교적 자주 만난 사람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바쁘게 시간을 쪼개 쓰는 분이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문학의 집•서울’이나 ‘생명의 숲 운동’ 관계로 잠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짧은 공식 만남이지만 어느 자리에서나 많은 걸 배우게 되는 존경하는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다. 남다른 창의력과 추진력으로 시대적 난국을 타개하려는 노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큰 구상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경우에나 사람 중심 사회와 환경 개선을 위한 강력한 의지로 사태를 예리하게 판단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분이다. 사람과 환경을 위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문화적 지도자라고 하겠다. 또한 유한의 사회봉사 정신을 지키는 경영인답게 언제나 누구에게나 겸손하여 편안함과 품격을 느끼게 했다.

내가 처음으로 문국현 사장과 인사를 나눈 자리는 서울대학교 소유 숲에 산림청과 유한킴벌리가 주최한 숲 가꾸기 행사 때였다. 그날 초대받은 문인들도 간벌 작업의 필요성과 가지치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다란 장대 끝에 달린 낫으로 소용없는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일을 서투르게나마 해보았다. 그날 명함을 주면서 “우리 회사가 강남 쪽에 있는데 지나시는 길 있으시면 들러주십시오” 하고 활짝 웃으면서 말하는데 어쩐지 정겹게 들렸다.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무렵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으로 있던 나는 때마침 회원들의 연간 문집 발간 주제를 ‘자연과 문학’으로 한 원고를 모아놓고 제작 후원자를 찾고 있던 참이라 자연 사랑의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문국현 사장을 여성문학인회 간부들이 예방하고 의논을 하게 되었다. 그날 문 사장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 그 책을 우리 일행에게 주면서 우리나라가 이제 숲은 우거졌지만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있게 가꾸어야 함을 정열적으로 설명하고는 문인들을 위한 협조를 약속했다. 그 후 우리의 책이 예정대로 발간되었고 나는 문 사장이 사명감을 가지고 추진하던 숲 가꾸기 운동에 동참하게 되었다.

환경운동의 리더로서 헌신하는 그의 활동 영역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나라 사랑 정신에 직결되어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알게 모르게 감화하여 기꺼이 동참하게 하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문학인들과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한 ‘문학의 집•서울’은 그의 문학 메세나 운동의 용단과 후원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독일 함부르크 문학의 집 얘기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지만 희망사항일 뿐,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자 문 사장은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반문했다.

얼마 후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나는 문국현 사장과 함께 문학의 집 설립을 추진하고 전숙희, 조경희, 황금찬, 조병화, 차범석, 김종길, 김남조, 신봉승 선생님을 비롯한 문단 원로중진들 100여 명이 발기인이 된 사단법인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 창립총회를 2001년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질 수 있었다. 남산 자락 예장동에 있는 서울시 소유의 전 안기부장 공관을 빌려 유한킴벌리의 리모델링으로 새 집을 만들어 드디어 2001년 10월 26일 개관한 것이다. 후보 장소를 답사하고서도 내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전화를 받았다. 문 사장이었다. “정월 초하룻날 아내와 함께 그 집을 다시 가서 둘러봤는데 눈 쌓인 정경이 참 좋더군요. 건물 수리를 하도록 할테니 발족 준비를 서둘러주시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가슴이 훅 더워졌다. 이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는 후원자가 있으니 우리나라 초유의 ‘문학의 집’은 해야 한다는 결의가 생겼다.

“찬물에 손빨래를 하고 있으면 언짢은 마음이 풀립니다” 문 사장 부인은 미인인 데다 매우 겸허하고 포근한 인상이어서 어떻게 저리 잘 만났을까 싶은 아름다운 한 쌍의 부부상이다. “집사람은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이지요. 낭비를 안 하고 택시값을 아껴 전철 애용자이고요.” 슬그머니 부인 자랑을 하는 문 사장에게 짓궂은 질문을 해봤다. “부부싸움은 안 하시나요?” “글쎄요, 저는 마음이 언짢을 때도 빨래를 합니다. 찬물에 손빨래를 하고 있으면 기분이 풀려요.” 우회적인 대답이 듣기에 좋았다. 너무 바쁘고 사회활동에 물심으로 전력투구 헌신하는 남편에게 아내로서는 불만도 있겠는데요, 하자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밖에서 하는 일에 일일이 관여를 안 합니다. 이해심이 많고 착한 사람이에요.” 주저 없이 명쾌한 답이 나왔다.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무를 닮는다고 하던가. 문 사장을 보고 있으면 시간과 재력을 흔쾌히 바치면서 솔선수범 헌신하는 모습이 잘 자란 나무를 보는 듯하다. 나무를 심으면 자녀와 후대에 기쁨을 주고 나무가 자라는 동안 기다리는 자세도 배우게 되니 후천적 DNA라고도 한다.

신혼부부와 함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에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캐치프레이즈로 하고 다양하게 숲운동을 지원하는 문 사장의 열정 프로그램 가운데 20년이 넘도록 매해 4월이면 신혼부부 100쌍을 초청, 우리나라 곳곳에 나무 심기를 해오고 있고 근래에는 북한 금강산 근방에까지 가서 나무를 심는 일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나도 근년에는 이 행사에 참가하여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함께 나무를 심는다. 인생 새 출발을 한 신혼부부들에게 이 행사는 부부 간의 사랑의 나무 심기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희망의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뜻깊은 행사이기 때문이다.

문 사장이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 심는 일에 각별한 뜻을 갖게 된 데는 동네 빈터마다 나무를 심었던 선친의 영향이 크다고 하며, 존경하는 분으로는 유일한 박사와 천리포수목원을 일구고 지켜온 민병갈 원장이라 한다. 문 사장의 투명 경영과 IMF 때 구조조정 감원 대신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직원들에게 건강관리와 전문지식 재충전의 기회를 권장한 혁신경영 방식은 우리 사회에 파장이 크다고 하겠다. 그 결과 오히려 회사의 경영 성취율이 높아지고 직원들의 사회봉사 참여 등 나눔의 생활철학을 공유하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했다. 듣기만 해도 훈훈한 이야기였다.

문국현 사장이 이룬 빛나는 사회적 성과의 하나로 우리나라 숲을 산에서 도시 생활권으로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들어야 할 것 같다. 2003년 5월 4일 서울 동북쪽 뚝섬에 가족공원을 조성하면서 시민들과 기업체의 헌금으로 함께 나무 심기를 한 큰 행사가 있었다. 시민단체인 (사)생명의 숲에서 ‘서울 그린 트러스트’를 탄생시키고 서울시에서 35만 평을 제공받아 ‘서울숲’을 창출해낸 것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가족공원이 되도록 하려고 서울숲이 현실화하기까지 열성을 다해 힘써온 문 사장의 꿈의 도전은 오늘도 무한대로 확대되고 있다.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무를 닮는다고 하던가. 문국현 사장을 보고 있으면 시간과 재력을 흔쾌히 바치면서 솔선수범 헌신하는 모습이 잘 자란 나무를 보는 듯하다.